예산 확보 어려워 '천년의 문' 건립 삐걱

중앙일보

입력

'천년의 문' 건립계획이 예산확보가 어려워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름 2백m의 세계 최대 원형 건축물로 2002년 월드컵 개최에 맞춰 완공할 예정이었던 '천년의 문' 은 설계 공모 후 작품을 확정하면서 당초 예산이 3백억원에서 5백5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천년의 문 관리위원회측은 이에 따라 3백억원을 민자유치와 일부 모금으로 메운다는 복안을 세웠으나 경기불안 등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특히 정부측은 당초 예산지원 범위인 1백억원 외에 추가 지원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관리위원회측은 더욱 곤경에 몰릴 상황이다.

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민자유치 등을 통해 3백억원을 해결하고 정부에 2백억원을 요청할 방침" 이라며 "이같은 내부방침은 올 3월 문화관광부와의 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부측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출된 부분(85억원)까지 합쳐 1백억원 이상의 지원은 불가능하다" 며 "3월에 이 문제를 다시 협의하더라도 그 이상의 지원은 있을 수 없다" 고 잘라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그동안 천년의 문 건립을 둘러싸고 제기된 여론의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사업 자체의 경제적 타당성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고를 투입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 이라며 "연간 50억원에 불과한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비에 비춰볼 때 1백억원 지원은 예산낭비" 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추가 지원이 불가능할 경우에 관리위측은 민자유치와 모금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부에 각종 위락시설을 운영하는 문제가 아직 충분한 사업 타당성을 거치지 않은 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점 등 때문에 이같은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기란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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