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금리 인하 '눈치 작전'

중앙일보

입력

기업은행이 지난 27일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프라임레이트(기준금리)를 은행권 최저 수준(연 9.2%)으로 내리자 다른 은행도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평화은행이 이번주 안에 중소기업에 대한 프라임레이트를 내리는 것을 적극 고려 중이며 국민.주택.한빛.조흥은행 등도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계는 금리를 비슷하게 유지하는 은행 특성상 시중은행 한두곳이 먼저 대출금리를 내리면 다른 은행도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프라임레이트는 연 9.25~10%로 2년째 변함이 없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대부분 프라임레이트에 연동돼 결정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대출금리가 하락하려면 프라임레이트가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기존 대출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프라임레이트 조정은 은행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은행들은 프라임레이트 조정을 가급적 미루려는 경향이 있다.

또 현재 2.5%포인트 수준인 예대 금리차는 4~5%포인트인 미국보다 적다는 주장이다.

국민은행 김태곤 상무는 "내린 예금금리는 신규 고객만 적용받지만 프라임레이트를 조정할 경우 예금금리가 높을 때 나간 대출의 이자도 깎아 주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며 "프라임레이트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대신 은행들은 위험도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이나 주택담보 대출 금리를 선별적으로 낮추거나 프라임레이트 연동대출보다 금리가 싼 실세금리 연동대출로 유도해 실질적인 금리인하를 추진할 방침이다.

같은 주택담보 대출이라도 프라임레이트 연동대출을 선택하면 연 9.3~9.5% 수준인데 실세금리 연동상품을 선택하면 연 8.4%까지 내려간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이 기업의 신용도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해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에는 대출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떼일 가능성이 작은 개인에게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박사는 "은행이 담보를 제공하는 우량 개인에게 대출금리를 지금보다 더 낮게 할 수 있다" 며 "기업에는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차등화, 충분한 금리차를 확보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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