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큰 흠집 남긴 '…전집' 오자·오역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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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간된 『도스또예프스키 전집』의 오자 ·오역 문제와 관련, 출판사 열린책들(대표 홍지웅) 과 네티즌들간의 신경전이 진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출판사측은 우선 오자 및 탈자들을 모아 홈페이지(http://www.openbooks.co.kr) 게시판에 정오표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또 오는 7월 이전에 다른 오역도 바로잡아 개정판을 내겠다고 약속했고 이중 가장 오류가 많은 제25권은 먼저 개정판을 만들어 구입자들에게 무료로 보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안티 열린책들 운동’까지 불사하겠다던 네티즌도 다른 출판사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비판 글들까지 삭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내 출판물 사상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고,바로 그런 높은 기대치 때문에 빚어진 실랑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출판물의 제작과 관련해 중대한 기준치로 남을 전망이다.

즉 광고비까지 포함해 4억6천여만원을 투자한 『도스또예프스키 전집』은 앞으로 이와 유사한 기념비적 출판물들이 도달해야 할 완성도의 선을 보여준 셈이다.

차제에 언급해야 할 대목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오자나 오역같은 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독자들의 지적이 나온 초기 단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출판사의 태도이다.

출판사측이 전집 출간을 해낸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총 25권, 1만2천5백74쪽의 이 전집은 본격적인 번역자 선정 작업부터만 7년의 제작기간을 거친 역작이었다.그러나 출간된 다음 달부터 오자와 오역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출판사는 그것을 ‘있을 수 있는 실수’ 정도로 판단했다. 그리고 9월 말 출판사 사옥에 화재가 발생했다.출판사 이전과 홈페이지 서버 교환 과정에서 열린책들은 일단 전집의 오류에 대해 사과 내용을 담은 글을 올린 후 곧 홈페이지를 전면 폐쇄, 개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네티즌들은 이를 “잘못을 가리고 회피하려는 행위”라며 열린책들 자체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 출판사가 서둘러 홈페이지를 재개했고 다시 한번 독자들에게 사과하며 정오표 코너까지 따로 개설한 것은 뒤늦은 대응의 결과이다.

사실 열린책들이 1차로 공개한 정오표를 보면 프랑스어와 독일어 오식을 제외한 순수한 오탈자는 현재의 출판계에선 충분히 용인될 만한 수준이다.

그런 출판계의 관행에 물들어 독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이 출판사의 잘못이었다.

“번역판을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읽으면서 초심(初心) 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홍사장의 말을 다른 출판인들도 한번 새겨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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