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내일의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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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문제에 대한 관심은 특정 전문가의 것 만은 아니다. 건축법이나 도시계획법,그린벨트등으로 인한 규제 등은 실은 도시문제란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폭넓은 관심사임을 보여준다.

도시와 관련된 이런 규제들은 공공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졌다.

영국의 도시계획학교수 피터 홀의 역작 『내일의 도시』(Cities of Tomorrow) 는 현대도시가 지금의 메커니즘과 법제가 현재와 같은 형태로 갖추어지기까지 영향을 미친 주요한 흐름들을 정리했다.

도시를 만들어 온 정치적 ·사회적 ·학문적 흐름을 종합해 보여줌으로써 내일의 도시를 가늠케 해주는 방식이다. 주로 영국과 미국, 유럽의 예가 중심이지만 최근 40여년간 우리 도시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각종 이론들을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다.

특히 19세기 급작스런 도시화로 환경이 극도로 열악했진 런던 등 대도시에서 최저 주거기준등 관련법이 제정되고 빈민층 주거개선에 정치권이 나서는 배경이 당시 노동자계층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던 공산주의의 확대를 두려워한 때문이라는 내용은 정치적인 사상과 물리적인 환경이 어떻게 접목되는가를 확인시켜준다.

특히 현대건축가로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거의 우상시되는 코르뷔제가 고층 ·고밀의 도시설계를 중심으로 현대도시에 어떤 나쁜 영향을 끼쳤는가를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홀의 도시 ·건축에 대한 강한 주관을 엿볼 수 있어 재미있다.

신도시를 지을 것인가를 놓고 정부, 당, 시민단체들이 각각 의견을 달리해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19, 20세기에 걸친 전원도시, 위성도시, 전원교외등의 변천과정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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