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일본만화 터치가 주는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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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별에서 터치

야구 만화는 전회 소개했던 “거인의 별”이외에도 상당히 다양하다. “사무라이 자이언츠”, “캬프텡”, “플레이볼”, “아부상”, “도카벵”, “나인”, “터치”, “스스메(가라) 바이레츠” 등이 있다.

거인의 별은 1960년대에 등장했던 만화답게 땀, 눈물, 노력, 열기, 갈등, 좌절 같은 요소를 중심구조로 하고 있다.

주인공 호시 휴마의 훈련모습은 좀 어색한 느낌도 주지만, 60·70년대의 프로야구에 있어서는 휴마가 가졌던 훈련 못지 않은 훈련을 실제로 볼 수가 있었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세계의 홈런왕 오 사다하루(왕정치, 現 다이에감독)가 아닐까 싶다.

오는 물론 홈런왕으로 유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외에도 심판에게 절대 어필을 하지 않는 매너나 그만의 연습방법은 너무나 유명하다. 독특한 다리 타법으로 알려진 오는 때때로 카타나(일본 전통적인 칼)를 방망이 대신 휘드르면서 집중력을 고조시켰고, 다다미(일본 전통 바닥) 위에서 카타나가 닳도록 방망이를 휘드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가 1980년에 은퇴한 이후 오같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게 되었다. 프로야구도 점점 이론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연습방법이 도입돼서 거인의 별이나 오같은 스타일이 현실과 동떨어지게 된 시기가 이 1980년대다.

거인의 별 이후에 등장했던 만화는 그 때까지의 만화와 취향이 달랐다. 그 대표적인 만화가 “터치(touch)”가 아닐까 싶. 터치는 1981년부터 만화잡지 “소년Sunday”에 연재됐고 이 만화는 한국말로 번역되어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 만화는 야구를 소재로 한 만화이지만 단순히 만화만 다룬 것도 아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쌍둥이 우에스기 타츠야(형)와 우에스기 카츠야(동생) 그리고 이 형제와 같이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던 아사쿠라 미나미가 주요 등장인물.

동생인 카츠야는 메이세이 고등학교 야구부의 에이스다. 카츠야는 좋아하는 미나미를 고시엔(甲子園)에 데려간다고 선언했으나 돌연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어버린다.

형인 카츠야는 그 때까지만 해도 야구에 대해서 거의 몰랐으나 동생의 꿈을 쫓아 역시 야구부에 입단, 천성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점점 에이스로서 성장한다. 지역예선에서 강타자들과의 대결을 거치면서 고시엔을 향한다.

이렇게 야구를 토대로 하고는 있지만 그 이외에 삼각관계, 학교 생활이나 사생활, 가끔씩 나오는 코메디같은 내용, 또 우정과 사랑 등이 담겨 있다. 또한 이러한 요소가 연애만화같은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이 만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땀, 눈물, 노력 같은 근대식 야구와의 단절이 눈에 띈다.(물론 안보이는 곳에서 많은 노력이 있긴 하겠지만) 한마디로 상당히 깔끔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이러한 만화가 1980년대에 등장했고 이는 야구계와 사회전반에도 의미가 컸다.

나가시마가 요미우리를 떠나고 나서 프로야구의 스타는 오 사다하루가 대표적이었으나 그 오도 1980년에 은퇴한다. 나가시마에 이어 오의 은퇴는 프로야구시의 한시대가 갔다라는 인식을 준다. 그리고 프로야구도 점점 터치같은 갈끔한 세계로 옮겨 간다.

터치가 등장한 시기를 전후해 고교야구도 점점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고교야구를 비롯한 학생스포츠는 남자는 누구나 스포츠형 머리여야 될 때가 있었다. 그 대표적인 스포츠가 바로 고교야구였는데 이 터치가 등장한 시기를 전후해 카츠야와 타츠야같은 긴 머리로 고시엔에 나서는 새로운 학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어떤 학교는 스포츠에 관계없이 모든 남학생은 스포츠형 머리로 해야 됐는데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로 점점 그런 규칙이 없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 1980년대였다.

이런 의미에서, 만화 터치는 1980년대의 분위기를 가르쳐 주는 만화이기도 하다.

거인의 별에서 터치… 이 두 만화는 그 취향은 완전히 다르지만 일본의 시대적인 상황과 야구에 대한 사고방식 등을 잘 알려주는 하나의 교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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