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그룹들 계열사 합병등 구조조정 고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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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1조원 안팎의 중견그룹들이 연초부터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진 사업장 정리는 물론 계열사 흡수합병.외자유치 등을 오너가 직접 나서서 독려하고 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은 연초부터 "이익이 나더라도 전망이 어두운 사업은 그만두라. 이익이 날 때 버리지 않으면 정리하기도 어려워 진다" 고 강조하며 ㈜일진 등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1천7백억원을 들여 액정프로젝터용 초소형 액정화면 공장건설에 들어 간 것도 일부 사업장의 정리를 염두에 둔 투자" 라고 설명했다. 이수화학그룹은 그룹의 주력사업인 석유화학과 건설의 비중을 줄이고 생명공학과 금융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그룹 사업구도를 다시 짜고 있다.

김상범 회장은 "값만 맞으면 이수화학을 포함해 어떤 계열사도 매각할 수 있는 자세로 임하라" 고 강조하고 있다. 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수화학(2000년 매출액 6천2백占?추정)의 자산을 모두 해외에 넘길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신무림제지 그룹은 경쟁업체와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동욱 회장은 "인쇄용지의 생산량이 넘쳐 업체간 출혈 판매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며 "지종(紙種)별로 생산과 판매분야에서 제휴하는 방안을 추진하라" 고 그룹기획팀에 주문하고 있다.

최근 신무림제지와 한솔제지는 두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의 주요 정보를 공유하기로 전격 합의, 제지업체간의 제휴에 불을 당기고 있다.

DPI그룹(옛 대한페인트 잉크)한영재 회장은 "외자유치를 서둘러 무차입 경영 기반을 다지자" 고 말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80%를 밑돌고 있지만 페인트 사업의 세계화와 안정적 경영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DPI는 자동차보수용 도료사업 분야에서 외국기업과 제휴를 추진하고 수익위주의 매출구조를 갖춰 순차입금(6백50억원)규모를 올해 5백억원대로 낮출 계획이다.

동양화학그룹 이수영회장은 상장업체인 동양화학과 제철화학을 올 3월까지 합병키로 하는 등 계열사 정비에 나섰다. 김인원 전략기획팀 상무는 "기존사업을 고도화하고 1백30%가 넘는 그룹 부채비율을 줄이는 것이 올 경영전략의 핵심"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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