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손쉬운 돈장사

중앙일보

입력

국내 외국계 은행 지점들이 지난해 콜자금을 싸게 빌려 안전한 국고채와 통안증권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차익거래에 열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하루 평균 콜시장 차입규모는 1999년 12월 평균 1조3천6백50억원에서 지난해 12월 4조2천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국고채와 통안증권 보유잔액은 4조7천50억원에서 7조8천50억원으로 66% 증가해 늘어난 콜차입 자금 대부분을 국고채와 통안증권을 매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가 연 4.7~5.3% 수준이었던 콜시장에서 돈을 빌려 연 6.7~8.7%의 수익률을 내는 국고채 등에 투자하면서 금리차 만큼의 이익을 본 셈이다.

외국계 은행 지점이 이런 차익거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금리차 뿐만 아니라 지난해 은행권으로 90조원의 자금이 몰려드는 등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 지점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대(예금 및 대출 기준)지만 콜차입 시장에서는 4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이들의 자금 운용에 따라 자금시장이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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