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민 반대한다며 골프장 취소한 성남…150억 물어줄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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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성남시가 골프연습장 인허가와 취소를 반복했다가 사업주에게 결국 150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시장이 주민들의 집단 민원을 의식해 잘못된 행정처분을 한 탓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지난 24일 장모(73)씨가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분당구 이매동 서현근린공원 내 골프연습장 설치 불허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2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성남시가 이유 없이 불허가 처분을 반복한 점이 인정된다”며 “성남시의 불허가 처분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성남시는 골프장 투자비 등 150억원을 장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골프연습장을 둘러싼 다툼은 1995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씨는 분당구 이매동 서현근린공원 내 2만4834㎡ 임야에 지상 3층, 120타석 규모의 골프연습장을 짓는 내용으로 성남시로부터 조건부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는 얼마 뒤 주민들이 반대한다며 인가를 취소했다. 공원 인근 6000가구가 골프연습장 건설을 반대하는 집단 민원을 냈기 때문이다. 그 뒤 행정심판위원회 재결과 재인가 신청이 반복되고 우여곡절 끝에 경기도지사가 직권으로 인가처분을 내렸지만 시는 요지부동이었다. 95년 7월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해 초대 민선시장으로 선출된 오성수 전 시장이 표로 연결되는 집단 민원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게 큰 이유였다.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장씨는 2007년 3월 투자금과 예상수익, 이자 등 169억2000만원을 시에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성남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선 장씨가 이겼다.

 성남시는 부적법한 행정처분으로 세금을 낭비하게 한 관계 공무원을 찾아 문책하기로 했다. 책임자에게 구상권도 청구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다수의 민원에 밀려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결과”라며 “17년 동안 진행된 일인 데다 담당자들 중 퇴직한 사람도 있어 구체적 문책 대상은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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