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기리는 이 춤사위, 중국이 서울서 배워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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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1일 서울 성균관 대성전에서 열린 석전(釋奠)에서 왼손에는 피리를, 오른손에는 꿩 깃털을 든 무용수들이 공자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석전일무(釋奠佾舞)’를 추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연출한 공자와 제자 3000명이 대나무 책을 들고 행진하는 퍼포먼스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세계 4대 성인 중 한 사람이자 유교의 스승인 공자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미국과 나란히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은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화(和)’의 정신을 추구한 공자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내세웠다. 하지만 공자를 추모하는 의례가 중국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 원형은 우리나라에서만 보전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정문에 위치한 조선 유일의 대학기관 성균관. 성균관은 유학의 성인 위패를 모시는 사당 대성전(大成殿)과 수업을 진행하는 명륜당으로 나뉘어 있다. 보물 제141호인 대성전에는 공자·맹자를 비롯한 21명의 중국 위인과 설총·최치원 등 우리나라 위인 18명 등 총 39명의 위패가 안치돼 있다. 대성전 현판은 조선의 명필가 한석봉의 글씨다.

보물 제141호인 대성전에는 공자·맹자를 비롯한 중국 위인 21명과 설총·최치원 등 우리나라 위인 18명 등 총 39명의 위패가 안치돼 있다.

 대성전에서는 매년 2회 공자를 기리는 의례인 석전(釋奠)이 진행된다. 공자의 기일인 5월 11일과 탄생일인 9월 28일이다. 석전보존회 박만길 상임이사는 “중국은 공자가 돌아가신 후 기원전 478년 노나라 때 첫 제사가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717년 신라 성덕왕 때 처음으로 열린 후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방식 그대로 의례를 지내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중국이 공산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하면서 봉건주의 잔재로 여겨진 공자는 타도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 중국에서 석전은 1947년부터 자취를 감췄다. 오석원(유학) 성균관대 교수는 “2000년 이후 중국 대학·정부 등에서 우리나라의 석전을 보러 와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중국 산둥(山東)대에서 석전을 재현했다.

 공자 기일이던 지난 11일 성균관 대성전에서 열린 석전은 예를 올리는 의식과 함께 춤으로 이뤄졌다. 오 교수는 “춤도 의례의 한 부분이며 공자의 가르침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석전이 진행되는 동안 대성전 앞마당에서 추는 춤을 ‘석전일무(釋奠佾舞)’라고 한다. 일무는 줄을 서서 추는 춤을 의미한다. 석전에서는 8명씩 8줄로 총 64명으로 구성되는 ‘팔일무(八佾舞)’를 선보인다. 석전일무를 총지휘하는 성균관대 임학선(무용학) 교수는 “ 팔일무는 음양의 짝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 제85호인 석전을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 신청을 했으나 정보보완 결정으로 미뤄졌다. 당시 중국도 복원한 석전을 신청했으나 역시 보류됐다.

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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