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설날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外

중앙일보

입력

▶ KBS2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KBS2 밤 9시55분)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나뒹구는 낙엽이 하나 둘 자동차 유리창에 달라붙는다.

박중훈과 안성기가 비 오는 폐광에서 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 둘의 주먹이 상대방의 얼굴에 명중할 때 일그러지는 얼굴 표정이 이 영화의 백미다.

배경음악으로 쓰인 비지스의 '홀리데이' 의 애잔함과 찐득찐득한 사운드가 운치를 더한다.

인상파 화가의 그림같은 장면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한국 영화계의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의 뛰어난 영상미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서부서 강력반 형사 영구(박중훈) 가 도심 속에서 벌어진 잔인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 살인의 배후에 마약거래를 둘러싼 조직간 암투가 있고, 사건의 주범은 장성민(안성기) 이다.

건달 배역이 제격인 박중훈의 형사 연기는 현직 경찰마저 자기들 모습과 다를바 없다며 놀랐다는 소문을 낳았다. 안성기는 변장술에 능한 도망자의 심리와 표정을 한 치의 빈틈 없이 소화해냈다.

그러나 이감독의 이전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가볍다. 다시말해 주제의 묵직함, 내러티브의 완결성 보다 색채와 조명, 장면의 구도 등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영화를 볼 때는 영상과 음악의 아름다움에 취했어도 다 보고 나면 이 영화가 뭘 말하려 한 것인지 의아해 할 수 있다.

이감독의 다른 작품으로는 데뷔작인 '개그맨' 을 비롯해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첫사랑' (1993) '남자는 괴로워' (1995) 등이 있다.

▶ SBS '리셀 웨폰4'

리셀 웨폰4 (SBS 밤 10시) 〓액션과 코믹을 제대로 결합한 오락영화. 1편부터 4편까지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가 콤비를 이뤄 LA 경찰로 계속 출연하며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특히 4편은 홍콩의 액션 슈퍼스타 리롄지(李連杰) 의 할리우드 진출작. 비록 악역이지만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근무 중 실수로 내근을 해야하는 신세가 된 릭스(멜 깁슨) 와 머토(대니 글로버) 는 휴가를 내고 낚시를 갔다가 우연히 중국인이 탄 밀항선을 발견한다. 그 배후에 중국 최대 폭력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들을 제압한다는 내용이다.

원제 Lethal Weapon 4.1998년 작. 감독 리처드 도너.

▶ EBS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EBS 낮 12시)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과 '유브 갓 메일'에 출연한 멕 라이언이 샐리 역으로 깜찍한 이미지를 얻은 영화다.

샐리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다며 식당에서 묘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 화제를 뿌렸다.

해리(빌리 크리스털) 와 샐리는 남자와 여자도 친구가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만날 때마다 입씨름을 벌인다.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소유하고 싶은 게 이성이듯 남녀의 우정이 쉽지는 않다. 대중 영화와 가요의 식상한 주제인 사랑과 우정을 깔끔한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었다.

원제 When Harry met Sally. 1989년 작. 로브 라이너 감독.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