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말하는 이 작품] '나도 아내가…'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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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따뜻한 영화가 그리워서 여자 친구와 함께 봤다. 연기파 배우로 공인된 전도연.설경구에 대한 믿음이 한몫했다.

솔직히 이 영화는 대단한 극적 장치가 있다거나 시원한 스펙터클을 보여주지 못한다. 정작 재미있었던 것은 객석의 반응이었다.

"저기 내 동생이 다니는 학원이야!" "우리 회사 앞인 것 같지 않니?" "천상 니 얘기다." 등등.

그리 대단치 않은 봉수(설경구) 와 원주(전도연) 의 해프닝에서 많은 사람이 발을 동동 구르고 웃는 것은 그런 친밀감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영화가 끝난 후 친구와 함께 근처 라면집으로 갔다.

〈정현민.대학생〉

◇ 눈물

영화 속의 아이들은 나쁜 아이라기보다 불행하고 불쌍한 아이들이다. 그러나 영화가 보다 큰 의미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값싼 감상주의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최루성 장면을 하나 정도 만들 법한데도 치밀한 긴장감으로 영화속 아이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우' 를 범하지 않았다.

이것이 '눈물' 의 가장 큰 장점이자 미덕이다. 나는 '눈물' 의 아이들이 좋다. 그들은 본능적이다. 거칠 것이 없다.

때로는 무례하지만 그들의 솔직하고 직선적인 삶을 통해 내가 몸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위악적인 부분을 새삼 깨우치게 됐다.

〈김윤경.회사원〉

◇ 하루

사랑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요즘 '하루' 를 통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그래서 가장 큰 사랑을 만날 수 있었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도 따스하게 만들고 세상의 빛깔과 온도를 바꾸는 영화다. '하루' 는 그런 힘으로 다가온다.

객석을 쉼없이 웃음바다로 만드는 이성재의 재기 넘치는 표정은 어떤 코믹 영화보다 재미있다.

고소영 역시 검은 생머리가 잘 어울리고 화장기 없는 얼굴이 참 청순해서 사랑스러웠다. 영화 곳곳에 묻어나는 진한 슬픔, 나는 옆사람도 잊고 눈물을 줄줄 흘렸다.

〈김윤희.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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