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남북경협 활성화 기대감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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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의 개혁.개방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남북경협 활성화에 대한 재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는 특히 경제특구로 공동개발키로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의 개발이 남북경협은 물론 북한의 개혁.개방을 가속화시키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개성공단 개발사업의 진척에 주목하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는 경제특구로 지정될 예정인 개성공단, 관광특구로 지정될 예정인 금강산을 중심으로 북한이 외국인 투자유치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고 이들 지역의 개발계획을 구체화하는 한편 경제특구 투자보장 등에 관한 법안을 북한측이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는 특히 `의리'를 중시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개혁개방을 본격화할 경우 현대를 축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 대북 사업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는 금강산 관광사업 대북 지급금과 관련, 북한이 "매월 1천200만달러씩 지불하고 있는 지급금을 향후 3년간 절반으로 낮춰주고 미지급금은 2005년 4월 이후에 지불하겠다"는 현대의 요청을 받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현대의 자금난에 따른 미래의 대북사업 주역으로 꼽히는 삼성은 경제성과 수익성을 원칙으로 사업을 벌인다는 원칙 아래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50만평 규모의 전자단지 건설방안 등을 개성공단 개발과 연계해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이와함께 경협확대 차원에서 베이징에서 북한과 공동운영중인 `삼성.조선컴퓨터센터'의 인력을 늘리고 대동강TV공장의 컬러TV 생산대수도 작년의 1만7천여대에서 올해는 4만대 수준으로 늘리는 등 임가공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LG는 북한도 한국시장의 일부로 간주한다는 방침 아래 비무장지대에 10억달러 규모의 국제물류센터를 건립하고 20만대 규모의 TV합영공장을 세우기로 한 기존의 대북사업 계획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밖에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추진중인 북한의 산업입지 조사에 박차를 가해 남북경협위원회 활동을 활성화하기로 하는 등 경제단체들도 회원 기업들의 경협활성화를 위한 중계 및 선도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북한의 개혁.개방이 가속화되기 위해서는 투자보장에 관한 법 등 제도적장치의 마련과 함께 북한사회 전체의 비즈니스 마인드 제고가 먼저 이뤄져야 이런 분위기가 마련되기 전에는 대북사업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엄청난 잠재수요를 가진 중국과는 달리 자체시장이나 경제기반이 거의 없는 북한은 외국자본 유치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장체제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북한이 진정으로 개혁.개방을 원한다면 투자보장 문제는 물론 각종 계약관계에서도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사업확대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남북경협 실무자들의 생각"이라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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