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아침에 머리 아프다면 '이것' 의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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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대한두통학회가 2009년 성인 남녀 15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약 70%가 1년에 한 번 이상 두통을 앓았다. 두통 때문에 사람이 당장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사자는 고통이 따르고 삶의 질이 피폐해진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우울증·불안증 등 정신장애를 부르기도 한다. 두통 증상을 줄이려고 진통제를 과용하면 만성두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드물지만 두통은 뇌종양처럼 심각한 뇌질환의 신호이기도 하다. 대한두통학회장을 지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이광수(사진) 교수에게 두통의 원인과 증상, 치료에 대해 들었다.

-두통은 뇌가 아픈 것인가.
“뇌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두통은 두피와 두개골에 발생하는 통증을 말한다. 이곳에 있는 혈관·조직, 그리고 뇌를 보자기처럼 싸고 있는 뇌막에 염증이 생기고, 압력이 가해지면 두통이 생긴다. 통증을 느끼는 뇌신경과 목뼈(경추) 신경에 문제가 생겨도 발생한다. 두개골 안에 있는 뇌혈관이 확장해 두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두통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1차성 두통’과 원인이 명확한 ‘2차성 두통’이다. 1차성 두통에는 편두통, 긴장형 두통, 군발성(群發性) 두통(특정 시기나 계절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두통)이 있다. 2차성 두통의 원인은 뇌종양·뇌출혈·뇌막염·감기·고혈압 등이다.”

-편두통은 유전된다는데.
“편두통 환자의 50%가 가족력이 있다. 편두통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3차신경-혈관 염증이 유전되는 것이다. 3차신경은 12개의 뇌신경 중 다섯 번째 신경이다. 눈·위턱·아래턱 세 부위에 분포하며, 얼굴과 머리의 감각을 담당한다. 편두통은 3차신경과 뇌막에 있는 혈관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편두통이 있으면 뇌막 혈관이 확장돼 머리가 맥박처럼 쿵쿵 울리듯 아프다. 길게는 사흘간 지속된다. 구토를 동반한다. 편두통은 머리 한쪽만 아픈 게 아니다. 두통 부위가 이동하기도 한다. 빛·소리·냄새에 예민해도 편두통에 영향을 준다. 편두통은 여성 호르몬과도 관련 있어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세 배 많다.”

-긴장형 두통이 가장 흔할 것 같다.
“두통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스트레스·과로·피로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3차신경-혈관염증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거나 서 있는 것도 원인이다. 단단한 밴드가 머리를 감싸 조이는 듯이 아프다. 두통은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오후나 저녁 늦게 주로 생긴다.”

-군발성 두통이 가장 고통스럽다던데.
“말의 뜻처럼 두통이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1년 열두 달 중 매년 3, 4월에만 두통이 있다. 환자는 눈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라고 표현한다. 두통을 참지 못한 환자는 머리를 벽에 박는다. 이 때문에 ‘자살 두통’이라는 별칭이 있다. 군발성 두통은 한 번 발생한 부위에서만 발생한다. 원인은 뇌 깊숙한 곳에서 체온·식욕·운동기능 등을 조절하는 시상하부가 흥분하기 때문이다. 두통과 함께 눈물·콧물 분비가 늘고 눈이 충혈된다. 50세 이상에서 군발성 두통이 관찰되면 뇌에 병이 있는 것으로 본다.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두통이 심각한 뇌질환의 신호일 수 있나.
“뇌에 종양이 자라는 경우 혈관·신경·뇌막을 눌러서 두통을 일으키게 된다. 뇌종양이 있으면 수주~수개월에 걸쳐 두통이 심해진다. 유독 아침에 두통이 심하면 뇌종양 또는 편두통을 의심한다. 망치로 얻어맞은 듯 극심한 두통이 있으면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뇌혈관이 터지는 뇌동맥류를 의심한다.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두통약을 많이 복용하면 만성두통으로 발전한다는데.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통약이 뇌의 통증 수용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측된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진통제를 주 2회 이상, 의사가 처방하는 편두통약을 주 1회 이상 복용하면 만성두통이 된다. 약에 내성이 생겨 효과도 점차 떨어진다. 만성두통은 인구의 1.5~4%가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두통이 찾아오면 약보다 전문가를 찾기를 권한다.”

-두통의 치료와 예방법은.
“유형에 따라 다르다. 우선 공통적으로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사, 수면·운동 부족 등 생활습관을 교정한다. 긴장형 두통은 스트레칭과 마사지가 도움된다. 편두통은 증상이 경미하면 진통제로 다스린다. 증상이 심하면 처방받는 전문치료제를 쓴다. 하지만 두통약은 장기간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기므로 주의를 요한다. 만성두통 환자는 두통약과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간질약·혈압약·항우울제로 증상을 완화시킨 후 약을 끊는다. 만성편두통은 보툴리눔 톡신을 3개월마다 맞아도 효과적이다. 군발성 두통은 증상이 심하면 치료제 복용과 함께 병원에서 산소를 공급 받는다. 뒤통수에 국소마취제를 투여하는 신경차단술도 치료법 중 하나다. 두통 예방을 위해서는 섹스(SSEX)를 기억하자. 잠(Sleep), 스트레스(Stress), 식사(Eating), 운동(EXercise)을 뜻한다. 음식을 6시간 이상 섭취하지 않으면 혈당 수치가 낮아지고 결국 뇌로 혈당을 공급하는 혈관이 보상적으로 뇌혈류를 빠르게 하기 위해 수축한다. 혈관이 수축하면 혈관 주변의 말초신경이 자극받아 두통이 생긴다.”

황운하 기자 un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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