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식 단품 만들어봐야 손해 …디자인 비중 점점 커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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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호 04면

충남 천안시 두정동의 벨금속공업 이희평(69 ·사진) 회장 사무실에는 손톱깎이 미니 박물관이 차려져 있다. 사무실 입구 6㎡ 정도 좁은 공간에 이 회사가 60년 가까이 만들어 온 수백 가지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장실 벽 한쪽에는 한자로 ‘1.開拓(개척) 2. 挑戰(도전) 3.革新(혁신)’이라는 사훈(社訓) 글씨가 빛바랜 낡은 액자에 걸려 있었다. 그는 “그동안 수도없이 외쳐 온 개척·도전·혁신이 지금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설립된 벨금속은 우리나라 최초의 손톱깎이 회사다.

국내 最古 손톱깎이업체 벨금속공업 이희평 회장

-저가 중국산 손톱깎이의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우리 제품의 가격이 100이라면 중국산은 60~70 이다. 우리 제조기술이 앞섰지만 급속히 추격당하고 있다. 구태의연한 단품 판매는 적자다. 그런 시장은 중국에 하루빨리 넘기고 새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내놔야 한다. 은나노 항균 처리 제품 같은 것이다. 현재 손톱깎이 제조 관련 특허 7건, 디자인권 180건, 실용신안 13건 등 200여 건의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 무형의 지적재산도 계속 늘려야 한다.”

-모조품 문제는 어떤가.
“우리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돼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중국 등지에서 모조품을 단속하는 비용이 근래 꽤 된다. 손톱깎이 역시 품질이 평준화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시장 개척이나 유지가 쉽지 않을 텐데.
“우리는 수출로 생존하는 회사다. 85개국에 물건이 나간다. 당연한 얘기지만 제품력 못지않게 마케팅이 중요하다. 중국산 공세가 거세지만 다행스럽게 ‘한류 열풍’이 꽤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다. 손톱깎이 전문 디자이너를 뒀지만 외부의 용한 사람을 쓰기도 한다. ‘한국’이란 국가브랜드 위상이 높아지면서 우리 전통문양이나 신윤복 그림 같은 걸 손잡이 부분에 넣기도 한다. 앞으론 디자인에서 승부가 날 것 같다.”

-정부의 해외시장 개척 지원은 어떤가.
“KOTRA 해외무역관의 지사화 사업 등 더러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스스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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