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엽 장관 "시장 좋아지는 기미 보인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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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그렇게 나쁘지 않다. 좋아지는 기미가 보인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사진)은 5월 23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5.10 부동산 대책 관련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는 평가에도 그는 “대외적 여건이 좋지 않아 정책효과가 감쇄됐다”며 “하반기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고 가격(매매가)도 긍정적으로 갈 것이라는 낌새가 있다”고 해석했다.

권 장관은 무슨 근거로 이런 이야기를 한 걸까.

실제로 시장이 바닥에 접근한 지표가 하나둘 나오는 게 사실이다. 일단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미분양은 6만1385가구로 4개월 연속 감소세다.

1월(6만7786가구)과 비교하면 6401가구 줄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2만8227가구로 1월(3만1739가구) 보다 3512가구나 감소했다.

특히 좀처럼 줄지 않던 수도권에서도 감소세가 나타난다. 경기도 미분양은 2만595가구로 올 들어 1783가구나 줄었다. 경기도 준공후 미분양도 2월 8918가구에서 지난달 8159가구로 493가구 감소했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과거 집값이 바닥이었을 때 미분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시장이 조금씩 안정을 찾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분양 감소, 거래량 증가 등 회복 지표 나타나

주택 거래량도 늘어난다. 올 1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5만645건이었지만 4월 8만6916건으로 70%나 늘었다. 서울도 1월 5256건에서 4월 1만353건으로, 경기는 9455건에서 1만8900건으로 각각 100% 전후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는 4개월 연속 거래량이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국민은행이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3월(2.8)까지 줄곧 내리막을 걷다가 4월 3.3으로 반등했다.

매매거래지수는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느끼는 거래동향을 설문을 통해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100이 넘으면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이며 100미만이면 한산하다는 답변이 많다는 의미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아직 침체된 건 사실이지만 수도권에서도 중소형 급매물은 꾸준히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며 “더 떨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땅값도 소폭이지만 오름세다. 올 들어 전국 땅값 변동률은 올 1월 0.087%, 2월 0.091%, 3월 0.120%, 4월 0.116%로 계속 회복되고 있다.

경기도 땅값도 올 들어 월평균 0.1%이상 계속 상승했다. 땅이 있어야 주택이나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지가 상승은 향후 주택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신호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거시경제 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은 게 문제

일부 지표가 회복되는 것은 맞지만 바닥 징조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도 있다.

미분양이 감소한 것은 건설사가 분양가 인하 등 자구노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구매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진단이다.

전체 미분양은 감소하지만 신규 미분양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이런 이유라는 것이다. 예컨대 이달 초 인천 남구 도화동에서 분양한 대성유니드는 142가구 모집에 단 3명이 청약해 나머지가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남았다.

거래량이 늘고 있는 것도 조심스럽게 볼 필요가 있다. 올들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4월 주택거래량은 전국 11만1940건, 서울 1만3350건으로 올해보다 각각 28% 정도 많다.

어두운 징조도 있다. 국제협력기구(OECD)는 5월 22일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GDP 전망치를 3.3%로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내렸다.

앞서 국내 전망기관인 금융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4%와 3.6%로 기존 전망(금융연구원 3.7%, KDI 3.8%)보다 낮췄다.

한은도 지난 4월 수정전망을 통해 기존 3.7% 전망치를 3.5%로 낮췄다. 건설투자 등 대부분의 경제성장 목표가 예상보다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가능성 등 국내외 경제여건이 불안하면 국내 부동산 시장 회복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거래량이 늘어나고 규제완화에 따라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거시경제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아 주택 구매력이 살아났다고 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 양해근 부동산팀장은 “주택시장이 서울과 지방, 중소형과 대형,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 등에 따라 양극화하고 있어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시장에 대한 판단과 전망이 엇갈릴 수 있다”며 “시장 변화를 좀 더 유심히 살펴보면서 시간을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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