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정지실험 성공…차세대 통신·전산 기여

중앙일보

입력

미국 과학자들이 초속 29만7천600㎞로 움직이는 빛의 속도를 일반 물질의 분자처럼 정지시켰다 되살려내는데 성공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하버드대학의 린 베스터가드 하우 박사팀과 하버드-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학센터의 로널드 월스워스 박사팀이 각각 별도의 실험에서 빛을 정지시키는 기념비적 성과를 이뤄냈다고 밝히고 이 성과가 컴퓨터의 연산 속도와 통신보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이론을 현실화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빛은 물이나 유리, 크리스털 등 투명매체를 통과할 때 광선에 굴절이 이뤄지면서 속도가 늦춰지기는 하나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월스워스 박사팀의 실험에서는 그러나 가스로 채워진 특수용기를 매체로 이용해 광선이 매체를 통과하면서 정지상태로 속도가 줄어 빛이 점차 희미해지다 2번째 광선이 투사되면 원래의 광선이 되살아 매체를 통과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하우 박사팀도 이와 비슷한 실험방식을 이용해 유사한 결과를 도출해 냈다.

세트 로이드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이번 실험의 성과는) 빛이 매체에 붙잡혀 외부에서 명령이 주어질 때까지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면서 '누가 빛을 정지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감히 생각이나 했겠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타임스는 전했다.

로이드 교수는 이번 실험성과가 퀀텀(양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빛의 능력에 의존하고 있는 미래의 기술인 퀀텀 컴퓨터와 통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퀀텀컴퓨터는 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으며 퀀텀통신은 도청이 불가능한 통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들 두 기술은 빛을 일시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이며 월스워스와 하우 박사팀의 연구가 이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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