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내부 족벌 싸움에 윈도우 등 터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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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회사들처럼 MS도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 우호적이든 우호적이지 않든 수많은 경쟁관계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 애호가들과 넷닥스 어정뱅이들 간의 싸움처럼 서로 싸우는 제품 팀들이 많다. 이주해온 동부해안 사람들과 서부해안 토박이들의 싸움, MBA 출신들과 잘난 멍청이들 간의 싸움, 그다지 높지 못한 MS 주가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옵션이 있는 사람들과 회사에 남아있을 수 없는 사람들의 싸움.

하지만 MS 내부에서 최대의 경쟁관계이면서도 가장 입에 덜 오르내린 관계는 빌 게이츠 인맥과 스티브 발머 인맥 간의 싸움이다.

빌 게이츠 회장과 CEO인 스티브 발머는 오랜 지기다. 그들은 25년간의 MS 역사를 통해 훌륭한 팀을 이룩해왔다. 빌 게이츠는 고독한 천재의 역할을, 발머는 따스한 성품의 세일즈맨 역할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게이츠가 작년 1월 13일 공식적으로 발머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최고 위기해결사 대신 최고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로 복귀한 이후, MS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례를 들면, 빌 게이츠의 수많은 심복들이 회사를 떠났다. MS측의 말을 빌면, 그들은 은퇴했거나 가족 문제때문에 그만둔 후 다른 관심사를 찾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MS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런 망명자들의 상당수가 발머에 의해 퇴출당한 것이라고 한다. CTO였던 나단 마이어볼드와 오피스 권위자였던 크리스 피터즈같은 사람들 말이다.

숙청작업의 일환으로, 발머는 전통적으로 빌 게이츠가 좋아하던 개발자/프로그래머 타입보다는 ‘같은 패’에 속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선택해 힘있는 자리로 승격시켰다. 판매 및 마케팅 담당 그룹 부사장인 올랜도 아얄라, MSN 총책임자인 릭 벨루조, 기업개발 선임 부사장인 리차드 에머슨 등이 그 예이다.

이제 MS가 늘 ‘이것은 조직개편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하곤 하는 연례 조직개편 발표 시기가 됐다. 게다가 이번에는 발머가 MS의 윈도우 그룹에 대해 제법 신중한 땜질작업을 해야 한다.
작년 2월 윈도우 2000이 출시된 후, 변절자들이 회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윈도우 95와 윈도우 2000에 길들여진 개발자들과 매니저들 중에 지금도 윈도우와 관련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런 사람들은 회사를 그만뒀거나 MSN이나 넷닥스같은 다른 그룹에 재배치됐다. 그룹 부사장인 짐 올친이 7개월간의 휴가에서 돌아와 그의 심복인 브라이언 발렌타인의 충분한 조력으로 윈도우 사업을 운영한다 하더라도, 그 이외의 낯익은 얼굴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게임, 인터넷 접속, 온라인 쇼핑, 가입 서비스 등이 회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한 MS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윈도우와 오피스는 앞으로도 계속 MS의 중대한 수입원이 될 것이다. 발머는 MS를 선전하러 다니느라 너무나 바쁘기 때문에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그룹 중의 하나인 윈도우는 망각 속에 내팽개쳐진 상태다.

그렇다면 MS는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회사를 똑바로 일으켜 세울 것인가? 발머는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 그의 인맥을 더 많이 승진시킬 것인가? 그리고 기술자들은 과연 쿠데타를 일으킬 것인가?

양 진영이 MS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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