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노조연대, 고용안정쟁취 결의대회 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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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벤처노동자가 아닙니다"

`멀티데이터시스템'' 노조 등 4개 정보통신 벤처기업 노조는 18일 오전 사회진보연대 등 노동.사회단체, 전국학생연대회의 동계투쟁단 소속 학생을 비롯,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강남구 역삼동 금융결제원 앞에서 `벤처.정보통신 노동착취 규탄과 고용안정쟁취'' 결의대회를 가졌다.

지난해 2월 `멀티데이터시스템'' 직원들이 벤처기업 근로자들로서는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한데 이어 벤처기업 노조가 연대, `고용안정''과 `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며 거리에 나선 것이다.

특히 그동안 벤처기업 `열풍''에 편승해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벤처기업 근로자들이 `노동환경''을 문제삼아 거리집회를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벤처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날 참석자들은 "`월요일 출근, 토요일 퇴근''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좋아하는 일에 헌신했지만 실제로 기업은 우리의 생계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99년 현재 벤처노동자의 평균임금이 중소기업보다 낮고 대기업의 66%에 불과하며 근로기준법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이라며 "불법정리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를 벌이고 있는 사측은 임금인상뿐 아니라 조합원에 대한 해고 및 각종 징계를 즉각 철회, 고용안정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보통신노동자네트워크 박준도(31) 간사는 "`벤처(venture)''의 뜻인 `모험''을 실천하는 사람은 벤처기업인 뿐이고 벤처노동자들은 단지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라며 "이런 현실을 `모험''이라는 이유로 마냥 눈감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집회에 이어 참석자들은 벤처기업을 상징하는 컴퓨터 8대를 각목으로 부수는 `벤처기업 환상깨기'' 퍼포먼스를 벌였으며 부숴진 컴퓨터를 끌고 테헤란밸리를 따라 삼성동 무역센터까지 행진하는 `벤처장례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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