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게임에서 출발한 〈몬스터 콜렉션 나이트〉

중앙일보

입력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일본 아이들은 〈도라에몽(どらえもん)〉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나와 나의 여동생은 금요일 저녁 7시만 되면 TV앞에 앉아서는 도라에몽을 보곤 했었다.

노비타가 자이안에게 이지메를 당해서 울면서 돌아오면, 도라에몽이 새로운 아이템을 꺼내어 준다는 이야기의 반복을 지겹지도 않게 보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고(故) 테즈카 오사무의 〈테즈카 패밀리〉가 힘을 갖고 있던 시기였다. 거장 테즈카 오사무가 죽은 후, 그의 후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후지코 F 후지오, 후지코 A 후지오, 아카사카 후지오, 3인이 만들어낸 애니메이션들이 TV에 많이 방영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이 후지코 F 후지오의 〈도라에몽〉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계속 될 줄 알았던 그들의 천하는 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선라이즈, 피에로 등등의 애니메이션 회사들에게 매니아적 시청자들을 빼앗기고, 가이낙스, 에벡스와 같은 후발 주자들에게도 위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원작가들이 많이 늙어버려 신작을 쓸 수 없게 되어버린 탓도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결정타를 날려버린 애니메이션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포켓몬스터〉이다. 애니메이션회사도 아닌 게임 회사인 닌텐도에서 만든 〈포켓몬스터〉는 마치 검은 3연성의 앞에 나타난 건담처럼 그들을 물리치고 말았던 것이다. 후지코 F 후지오를 밟고 올라선 〈포켓몬스터〉는 언제까지나 금요일 밤의 아이들을 지배할 것으로 보였던 〈도라에몽〉을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포켓몬스터〉는 이제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하다. 1997년 4월 1일의 신학기(일본은 4월 1일부터가 신학기입니다)부터 시작한 이 애니메이션은 일본과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판이 만들어질 정도로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게다가 유럽까지 수출하는 등 엄청난 부를 닌텐도사에 안겨주었다. 애니메이션뿐만이 아니라, TV게임, 카드 게임 등도 인기를 끌었다.
〈포켓몬스터〉에서 포케몬들이 진화하듯이 이 애니메이션도 진화를 거듭했는데, 〈포켓몬스터〉의 속편처럼 만들어진 〈디지털 몬스터〉, 그리고 이어서 만들어진 것이 최신작 〈몬스터 콜렉션 나이트〉이다.

〈몬스터 컬렉션 나이트〉는 현재 동경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원래는 카드게임이었는데, 그것을 아카호리 사토루가 만화로 만들어 일본만화 잡지, 드래곤 쥬니어에 연재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애니메이션화 했는데, 그것이 바로 〈몬스터 컬렉션 나이트〉이다.

주인공인 오오야 몬도는 몬스터 컬렉션 카드 게임을 무지 좋아하는 꼬마 아이(어렸을 때의 필자와 똑같다). 그런 몬도에게 여자친구 히이라기 로쿠나가, 자신의 아버지 히이라기 이치로베이 박사가 몬스터와 인간이 공존하는 신비의 세계 '육문세계'(六門世界)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걸 듣고 가만히 있으면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아니겠지, 몬도는 로쿠나와 함께 육문세계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히이라기 박사와 비슷한 시기에 독일의 젊은 천재학자 루드비히 브레스트 폰 마인슈타인 컬렉션 백작(으...너무 길다. 그냥 컬렉션 백작이라 부르죠)도 육문세계를 발견해서 그 세계로 들어온다. 그의 목적은 몬스터들을 붙잡아서 자신의 부하로 삼고, 현실세계를 정복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 현실세계와 육문세계를 잇는 '드림 홀'을 여는 6개의 '몬몬 아이템'(モンモン アイテム)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
그것을 알게 된 몬도와 로쿠나. 그들은 친해진 몬스터들의 힘을 빌려서 〈몬스터 콜렉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이것이 〈몬스터 컬렉션 나이트〉의 탄생이다. 내용을 보면 아시다시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상당히 재미가 있다. 〈포켓몬스터〉에서의 귀여운 몬스터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고, 그 위에 스토리 성을 덧붙인 작품이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는 포케몬보다는 이쪽이 훨씬 인기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미발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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