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MP3 '더 작게 더 강하게'

중앙일보

입력

새로운 버전의 MP3 포맷은 기존 파일 크기의 절반이지만 동일한 수준의 오디오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톰슨 멀티미디어는 웹 오디오 포맷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사의 특허권을 보유한 MP3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버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버전은 더 작은 파일 양을 사용하지만 동일하거나 더 좋은 음질을 제공할 것이다.

프랑스 회사인 톰슨은 지난 9일 ''MP3프로''라는 이름의 새로운 포맷이 거의 절반 수준의 파일 크기로 MP3 포맷과 똑같은 음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MP3는 웹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디오 포맷이다.

회사측은 새로운 포맷이 기존의 MP3 컨텐츠 및 플레이어와 호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포맷은 2001년 중반에 공급될 예정이다.

비록 MP3가 사실상의 웹 오디오 표준으로 남아있지만, MS나 리얼네트웍스 같은 기업들로부터 점점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좀더 효율적인 포맷으로 MP3 영역을 침입하고 있다. 공개소스 프로그래머들도 라이선스가 필요없는 대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표준 단체들은 MP3를 대체하고, 기존의 MP3 플레이어와 호환되지 않는 차세대 오디오·비디오 포맷을 개발하고 있다.

MP3 포맷은 음악 청취자들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한동안 그런 상태가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신기술에 대한 컨설팅 회사인 디지털밀(Digitalmill)의 벤 소여는 MP3 포맷이 앞으로는 더 양호한 음질을 제공하고 인코딩 공간을 덜 차지하는 포맷들로 대체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여는 "톰슨이 그런 위협에 그토록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하지만 그들이 계속 새로운 기술에 대해 방관한다면, 그들의 기술은 구석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MP3프로는 코딩 테크놀로지(Coding Technologies)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코딩 테크놀로지는 MP3 포맷에 대한 특허권을 톰슨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프라운호퍼 집적 회로 연구소(Fraunhofer Institute for Integrated Circuits)에서 분리된 회사다.

톰슨과 프라운호퍼는 MP3 사용에 대한 라이선싱 요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음악 보급업체들이 기꺼이 MP3프로를 구매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포맷을 만들 방침이다.

포맷들이 당면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오디오 파일이 암호화되는 ''비트율(bit rate)''이다. MP3는 128 Kbps의 비트율로 작동한다. 이와 경쟁하는 일부 포맷들은 64Kbps의 비트율로 작동하기 때문에, 스트리밍 회사들의 대역폭과 소비자들의 메모리를 덜 사용하면서도 동질의 오디오를 제공한다.

톰슨은 MP3프로의 비트율이 64Kbps와 맞먹기 때문에 스트리밍 기업들은 오디오 전송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들은 휴대용 MP3 플레이어처럼 한정된 메모리를 갖고 있는 장비에 좀더 많은 파일을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트너 애널리스트인 P.J.맥닐리는 "이 경쟁은 누가 가장 낮은 비트율로 우수성을 제공할 수 있느냐와 관련돼있다. 왜냐하면 좀더 크기가 작은 파일들을 갖고 있으면 플래시메모리에 좀더 많이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싸움은 64Kbps에서 벌어진다. 누가 64Kbps로 최선의 스트리밍을 제공할 수 있느냐 하는 싸움이다. 128Kbps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밝혔다.

톰슨 vs. MS 격돌 예고

톰슨은 MP3프로를 가지고 MS나 리얼네트웍스 같은 경쟁업체들에게 도전하고 있다. MS와 리얼네트웍스는 일부 산업 애널리스트들이 톰슨의 기존 MP3 포맷보다 월등하다고 평가하는 포맷들을 발표한 바 있다. MS의 윈도우 미디어 포맷은 이미 64Kbps 인코딩율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MP3에 대한 가장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MS는 낮은 비트율을 구현하는 기술이 뛰어날 뿐 아니라 복제방지 기능도 지원한다. 이런 복제방지 기술은 온라인 상용보급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음반업체들 사이에서 MS를 최고의 선택 대상으로 만들었다. 기존 MP3 포맷은 암호화나 기타 디지털권 관리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작년 11월, 워너 뮤직 그룹은 MS의 윈도우 미디어를 향후 3년 동안 상용 오디오 다운로드를 위한 주요 포맷으로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4대 주요 음반 회사 가운데 베르텔스만의 BMG 엔터테인먼트, 소니 뮤직 그룹, EMI도 윈도우 미디어를 사용한다.

향후 MPEG-4, MP3 대체할 듯

이런 포맷들은 또 다른 경쟁에도 직면해있다. 웹 캐스터들과 웹 음악 개발자들이 상용되는 기술들에 대해 라이선스와 같은 부대 조건을 달고 있는 것에 짜증이 난 공개소스 프로그래머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MP3와 호환이 가능한 포맷들을 만들고 있다.

인터넷 표준 단체들은 차세대 오디오/비디오 포맷인 MPEG-4를 개발하고 있다. MPEG-4는 앞으로 MP3를 대체하게 될 것 같다.

MPEG-4는 MP3의 몇 가지 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이 포맷에 대한 진정한 관심은 몇 가지 새로운 인터랙티브 기능을 갖는 비디오 애플리케이션에 집중돼있다.

MP3의 공개소스 대안인 오그 보비스(Ogg Vorbis) 프로젝트 지휘자 중 한 사람인 잭 모피트는 톰슨의 MP3 포맷의 수정 작업은 이 회사의 처지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조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새로운 MPEG-4 기술을 칭송하면서도 뒤돌아 서서는 ''우리가 했어야 했던 일은 돌아가서 MP3를 수정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톰슨은 MP3프로가 이미 대중성을 확보한 포맷에 기초한 것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톰슨의 PR 담당 이사인 데이브 알랜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MP3프로를 개발해왔다. 왜냐하면 MP3의 성공에 의지했던 다른 코덱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쥬피터 미디어 메트릭스(Jupiter Media Metrix)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애럼 신라이히는 톰슨이 그 이면에 MP3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그들의 이 분야 진출은 약간 늦었다. 왜냐하면 MS같은 막강한 기업들과 경쟁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분명히 MS는 이미 많은 성과를 올렸으며 머지 않은 미래에 디지털 음악 영역에서 지배적인 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따라서 코덱 분야에서 MS와 경쟁하기 위한 톰슨과 프라운호퍼의 노력처럼, 어떤 분야에서든 경쟁하고자 하는 기업은 험난하고 지루한 오르막길을 걷게 될 것이다."

소여는 MP3라는 이름과 브랜드는 톰슨의 최대 자산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그 이름은 웹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이름 중 하나이며, 크리넥스가 화장지를 대표하듯이 MP3는 넷 음악과 동의어가 됐다.

소여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수많은 경쟁업체들이 나올 것이다. MP3에 대한 열광은 거의 우연하게 일어났지만, 이제는 실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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