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히딩크, 한국축구 개혁 시동

중앙일보

입력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 개혁을 시작했다.

지난 12일 국가대표팀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던 히딩크 감독은 13일부터 직접 선수 조련에 들어갔다.

히딩크 감독은 "공의 위치가 중요하다. 사람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며 포백 지역방어와 토털사커를 강조해 "공은 놓쳐도 사람은 놓치지 말라" 는 한국 축구의 금언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선수들은 초반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자신감있는 어조와 부드럽고 창의적인 훈련 분위기가 선수들 몸에 배었던 대인방어와 단조로운 전술의 벽을 깨기 시작했다.

먼저 패스 훈련. 히딩크 감독은 습관적으로 볼을 끌던 선수들에게 두번 이상 볼을 터치하지 말고 낮고 빠르게 패스하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어느 정도 적응하자 패스의 진짜 기본을 얘기했다.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는 볼은 반드시 왼발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가는 패스는 오른발로 컨트롤하도록 주문했다.

볼의 회전을 적절히 이용해 힘 안들이고 패스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방법이었지만 선수들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잇따라 실수가 나왔고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장을 넓게 보면 짧은 패스도 가능하지만 좁게 보면 긴 패스를 할 수 없다" 며 시야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패스할 때는 꼭 눈을 맞추고 마음으로 의사를 주고받으라고 조언했다.

이어 공격.수비 훈련. 공격진과 수비진으로 나누어 다른 곳에서 훈련했지만 곧 위치를 바꿔 공격수도 전문 수비 훈련을 받는 등 완전한 토털사커 훈련이었다.

공격을 지도한 히딩크 감독은 시야.방향 전환 등 빠른 상황 대처를 요구했다.

상대 진영에서 적은 공격자가 많은 수비자를 상대로 볼을 빼앗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일견 단순해 보였지만 공격자 3~4명이 순간적으로 부채꼴로 퍼지며 마치 파도처럼 수비선수를 압박해 패스길을 완전히 차단하는 일사불란한 모습이었다.

핌 베어백 코치는 수비를 맡아 포백 시스템을 지도했다. 유연한 움직임으로 공격자를 압박해 공을 경기장 중앙으로 몰아넣고 항상 수적 우위에서 싸우는 것이다.

'항상 움직이면서도 동료 수비수와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쉽게 지쳤으나 피상적으로 알던 지역방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한편 대표팀은 14일 연습 경기서 고려대를 3 - 0으로 격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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