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윈도] 미국 장관… 그 시련과 영광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 장관이 되는 것은 격조높고 품위있으며 영광스런 일이다.

장관으로 지명될 만한 자질을 쌓고 상원 인준을 통과할 만큼 빈틈없는 경력을 갖추는 일은 수험생활처럼 고되지만 미국 사회가 만들어주는 '장관의 영광' 은 모든 것을 덮는다.

일단 장관으로 지명되면 언론과 시민단체의 철저한 '수색' 을 받는다. 결과는 상원 청문회로 집결된다.

혹독한 과정에서 쓰러지는 이도 적잖다. 조지 W 부시 정권에서는 노동장관으로 지명됐다가 사퇴한 린다 차베스가 낙마(落馬) 1호를 기록했다.

과테말라 불법이민자가 그녀의 집에 묵었다는 사실이 하자였다. 부시측이 장관으로 임명된 사람들로부터 철저한 과거사 고백을 들었다지만 제2, 제3의 낙마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러나 좌절은 소수일 뿐 장관으로 가는 여정은 멋지다.

우선 국민에게 소개되는 의식이 정중하다. 각료 임명을 발표할 때마다 부시 당선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선택을 치켜세운다.

콜린 파월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할 때 부시는 "파월은 아메리칸 드림의 모델" 이라며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그것은 보스가 부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지금 파월의 국민 지지도는 77%다. 이 중 적어도 몇%는 부시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자신만 떳떳하면 인준청문회도 화려한 무대가 된다. 다섯시간의 청문회 동안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도널드 럼즈펠드의 뒤에는 가족이 앉아 있었다.

청문회가 끝나갈 무렵 민주당 의원까지 럼즈펠드를 칭찬하자 가족은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워싱턴 포스트는 이렇게 평가했다.

"20년 넘게 정부 밖에 있었으면서도 럼즈펠드는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꿰뚫었으며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상원 국방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으며 의원들은 곧바로 인준을 끝낼 방법을 논의하기까지 했다."

미국의 장관들은 상당수가 수년 동안 자리를 보장받으며 소신껏 정책을 편다. 물러나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윌리엄 코언 국방 등 많은 이가 그러했다.

장관은 아니지만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루이스 프리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부시 행정부에서도 유임을 보장받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