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런 등록 시스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된다

중앙일보

입력

거대 온라인 경매 사이트가 약 600만 계정의 설정을 바꾸고 난 후 고객들에게는 원치 않는 텔레마케팅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베이는 등록 시스템 상의 버그가 발견된 다음인 작년 4월부터 11월 사이, 약 600만 명의 소비자들을 위한 개인 맞춤 설정을 변경했다.

이번 버그는 등록 페이지에 있는, 이를테면 "텔레마케터들의 전화를 받고 싶은가?"하는 식의 많은 질문에 대한 디폴트 대답을 ''예''에서 ''아니오''로 바꿔 버렸다.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모두 ''예''로 미리 설정돼 있어야 했는데 말이다.

이베이 대변인인 케빈 퍼스글로브는 소비자들이 이런 변경 사항에 대해 통보 받았으며 그 설정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에 그것을 바꿀 수 있도록 14일간의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다고 주장했다.

퍼스글로브는 어떤 소비자들이 디폴트로 설정된 대답을 바꿨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올해 등록한 소비자들의 대다수가 설정을 바꿨다"고 밝혔다.

온라인 프라이버시 그룹인 트러스트E(TrustE)는 이베이의 설정 변경이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를 야기하고 있으며 앞으로 며칠동안 그 문제에 대해 경영진들을 문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러스트E의 태도 변화를 의미한다. 이베이는 사람들의 선택 내용을 바꾸기 전에 일부 단체들에게 자세한 사항에 대해 브리핑했는데 트러스트E는 그 단체 중 하나다. 처음에 이 회사는 이베이의 설정 변경을 승인했었다.

대변인인 데이브 스티어는 "좀더 많은 고객 서비스가 나오는 주된 이유는 이베이가 제 3자에 대한 정보 양도 행위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보고를 듣고 사람들과 얘기해본 결과, 나는 거기에 진정한 프라이버시 우려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티어는 "이베이는 다른 웹 사이트의 모범이다. 이런 식의 문제는 너무 낯선 것이어서 이베이가 올바른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이베이 지지자들은 분노했다. 왜냐하면 이베이가 고객들에게 마케팅 자료를 보낸다든지, 텔레마케터들에게 개인의 전화번호를 주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자체 정책을 변경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베이 고객인 대릴 밴타리는 e-메일을 통해 "누군가가 이베이 텔레마케터들의 전화를 받지 않겠다는 나의 선택을 제멋대로 해제하기로 결정해버렸다! 내가 이 문제를 책임지는 사람들의 뻔뻔스러움에 얼마나 놀랐는지 도저히 형언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이베이의 프라이버시 정책 업데이트나, 그들이 구매하려고 하는 물건을 다른 사람이 입찰했다는 통지를 받지 못했던 것도 똑같은 문제로 인한 것이다. 퍼스글로브에 따르면, 두 경우 모두 보통은 그 대답이 ''예''로 설정돼있다고 한다.

퍼스글로브는 "우리는 고객에게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선택 해제''

이런 조치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회사에게서 바라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가 자동으로 등록됐다가 나중에 그 항목을 ''선택 해제'' 하도록 만들 것인지에 관한 논란으로 몰고 간다.

자동 등록 또는 선택 해제는 소비자가 이베이에 등록할 경우 자주 생기는 문제다. 이 회사의 등록 페이지는 거래에 대한 이베이 e-메일을 받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비롯해 일련의 질문들을 담고 있다. 디폴트는 항상 ''예''로 체크돼있으며 그것을 ''아니오''로 바꾸는 것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프라이버시 협회의 CTO인 리차드 스미스의 말처럼, 이베이의 거래 정보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이베이의 결정은 "신용을 남용하는 것"이다.

스미스는 "이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다. 그들이 ''아니오''를 디폴트로 설정했던 것이 어째서 잘못된 일인지 모르겠다. 잘못이 있다면, 회사의 결정이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스미스에 따르면, AOL도 작년에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AOL 스팸메일을 받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매년 수정돼야 한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통지하고, 그에 대한 소비자의 회신이 없을 경우 그 소비자는 원치 않는 e-메일을 받는 것으로 자동적으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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