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발해史 영상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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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에서 고려로 넘어가는 우리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지금은 '외지(外地)의 객' 으로 남아 있는 발해.고구려의 후예인 대조영이 지금의 연해주와 만주 일대에 세웠다는 거대 왕국 발해는 우리 역사에서는 아직 미개척의 분야다.

유물과 유적에 대한 접근이 어려울 뿐 아니라 체계적인 조사를 한 적도 없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새해 들어 발해에 관한 자료를 상설 전시하면서 발해 역사를 끌어안는 작업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발해 제3대 문왕의 셋째딸 정효(貞孝)공주묘의 벽화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원래 상태에 가깝게 복원한 것.

정효 공주를 수행하는 시위(侍衛)와 악사(樂師)들의 복장에서 고구려를 직접 계승한 발해인들의 자취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중국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화룽(華龍)현에 자리잡은 정효공주묘는 1981년 발해 고분으로서는 처음 발굴되면서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정효공주묘에서 발굴된 벽화와 묘지석, 벽돌로 축조된 무덤의 내부 구조도 이번에 선을 보였다.

유적을 직접 가져 와 전시할 수 없어 이들을 모두 3차원 영상 속에 담았다.

벽화에 등장하는 인물군에 대한 자료는 국내 발해사 전문가인 서울대 국사학과 송기호 교수 등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원래 상태로 복원했다.

발해사 관련 자료를 상설 전시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당했던 박물관 천진기(千鎭基)학예연구관은 "우리의 역사이면서 늘 잊혀진 채 남겨져 있던 발해사의 일부를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한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취지" 라고 설명했다.

관람객은 '한민족 생활문화' 를 주제로 한 제1관 속의 발해관에 들르면 복원 벽화와 6분짜리 입체 영상물을 통해 발해사에 다가서게 된다.

영상물에는 정효공주묘를 다룬 자료 외에 현지에서 촬영한 각종 유적과 유물의 모습이 담겨 있다.

또 발해의 수도였던 상경성(上京城)과 공주 묘는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처리해 관람객이 직접 내부 구조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만들었다.

영상자료에서는 또 발해 역사 전반에 대한 소개와 발해 역사의 멸망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발해 역사에 관해선 전쟁기념관이 98년에 '발해를 찾아서' 라는 특별전을 개최한 적이 있지만 국내 박물관에서 상설 전시관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 따라서 이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국립중앙박물관 이건무(李健茂)학예연구실장은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발해사 관련자료를 전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 이라며 "중앙박물관도 용산에 열 새 박물관에 발해관을 개설하는 등 이 부분에 계속 관심을 기울일 방침"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에 전시할 발해 관련 유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발해 역사 복원에서 안게 되는 한계다.

국립민속박물관측은 "이번 전시와 마찬가지로 영상작업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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