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은 왜 봄에 잦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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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3월에 우박이 내렸는데 크기가 달걀만 하여 참새같이 작은 새들이 맞아 죽었다(春三月 雹大如<96DE>子 鳥雀遇者死).”

 『삼국사기』에 남아 있는 백제 온조왕 37년(서기 19년) 때 기록이다.

 우박은 구름 속 눈 결정에 물방울(수증기)이 붙어 만들어지는 얼음덩이다. 크기는 보통 지름 1㎝ 미만, 조금 커봐야 2∼3㎝ 정도다. 하지만 가끔 ‘평균 이상’의 우박이 떨어질 때도 있다.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달걀 크기’라면 4~5㎝쯤 된다. 2010년 7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비비안시에는 지름 20㎝, 무게 0.88㎏짜리가 떨어졌다. 현재까지 ‘세계 최대 우박’ 기록이다. 지상 3㎞ 상공에서 떨어지는 이런 초대형 우박에 맞는다면 참새 아니라 황소라도 살아남기 힘들다.

 한데 우박은 왜 겨울이 아니라 봄에 떨어지는 걸까. 정답은 봄이 ‘적당히’ 따뜻하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엔 대기의 습도가 낮아져 우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면 무더운 여름엔 우박이 만들어져도 땅에 떨어지는 동안 다 녹는다. 기온이 영상 5~25도 사이인 5~6월, 딱 요맘때가 우박이 만들어지기 가장 좋은 때다.

 지난 8일 안동·청송 등에 우박이 쏟아져 농작물에 큰 피해를 끼쳤다. 17일에도 서울 성동구와 경기도 문산·성남 등에 우박이 떨어졌다. 이번 주말에도 전국에 구름이 낀다. ‘봄의 불청객’ 우박을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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