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기업 53% "한국 경제 낙관적"

중앙일보

입력

경제가 어렵다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한국기업이나 행정기관의 부패와 비효율 등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옴부즈맨 사무소는 지난해 12월 외국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앞으로 1~2년의 한국 경제전망을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53%)의 기업이 낙관적이라고 답했다고 8일 발표했다.
비관적이라는 응답은 28.2%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1~15일까지 2천개 외국인 투자기업에 설문을 배포해 2백20개 기업에서 답변을 회수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 투자.수익 전망 긍정적〓앞으로 1~2년 안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도 52.3%였고, 응답기업 중 19개사(8.7%)만 투자를 줄이거나 철수하겠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해에는 1999년에 비해 수익이 늘어난 기업이 79%였으나 올해는 수익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 기업은 87.3%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국경제의 시급한 해결과제로 금융구조조정(26.5%).투명성 향상(25.4%).기업지배구조개선(16.9%)등을 지적했다.

◇ 투자환경 아직 미흡〓외국인 투자기업들은 한국 기업이나 관공서 등이 거래과정이나 행정처리에서 뒷돈이나 각종 편의 등을 요구하는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응답기업의 60%가 부정부패가 여전하다고 대답했고, 악화됐다는 응답(21.8%)이 개선됐다는 응답(18.2%)을 웃돌았다.

정부 행정의 비능률성에 대해서는 절반정도(47.3%)가 여전하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기업의 절반(50%)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고충을 겪고 있으며, 부동산 구입과 임차(28.2%).관세와 통관(20.9%).세무(20.5%)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밖에 외국인 기업들은 한국 기업에 대해 ▶경영투명성 제고(26.1%)▶기술개발(17.5%)▶기업지배구조 개선(16.1%)▶비즈니스 윤리 준수(14.9%)▶부채비율 감축(14.6%)▶경영노하우 향상(10.8%)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직된 법규정도 문제〓옴부즈맨 사무소측은 이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경직된 법규정과 시행이라고 지적했다.

한 외국 유통업체의 경우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간판을 우리 정부가 옥외광고물 규정에 어긋난다며 바꾸라고 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옴부즈맨 사무소 김평희 과장은 "외국인들은 한국이 금리와 지표 등이 좋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사업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며 "그러나 외국인 기업들의 애로사항들이 부동산.행정문제 등 옴부즈맨 사무소가 문을 연 98년 이래 항상 비슷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 노력이 좀더 요구된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