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논의' 강의가 더 크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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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지금 이 세상을 찾는다면 도올 김용옥의 '논어이야기' (KBS1) 를 어떻게 평가할까. 예정된 1백회 중 24회까지 방영한 이 프로그램은 고전의 지혜를 통해서 바람직한 삶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자도 합격점을 주지 않을까 싶다.

첫회 '도올 김용옥의 공자와의 만남' 으로 시작한 이 강의는 '논어' 와 유교의 참뜻을 돌아보면서 우리 사회의 온갖 뒤틀린 모습을 통박했다.

지역주의.한탕주의 등을 우려하는 뜻있는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쏟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10회 '개비와 비개비' 에선 공자가 무당 아들이라는, 사회적 신분이 낮은 '개비'(속칭 딴따라) 에서 어떻게 '비개비' (지식인) 로 거듭났는지를 그 만의 시각으로 해석했다.

특히 도올은 주변 사람들을 지식인으로 '개화' 시킨 공자의 일생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강의 솜씨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포장한 데서 빛을 발한다.

공부를 못해 부끄러워 했다는 자신의 대입 시절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 장면에서는 그가 쓴 '노자와 21세기' 의 자연(自然-스스로 그러함) 을 느낄 수 있다.

체질 탓인지 모르지만, 매회 땀을 뻘뻘 흘리고, 목에 핏발을 세워가며 강의하는 모습을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다.

22회 '제사와 동학' 에선 인내천 사상을 서양 철학과 비교하며 우리의 근대사상을 재조명해 호응을 얻었다.

한편 학계와 방송계 안팎에선 도올과 이 프로그램을 비난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석학이 이 사람 뿐이냐" "개인에 대한 광고를 이렇게 할 수 있느냐" "이런 식의 장기 강의는 전파낭비다" 등등.

그러나 방청객은 당연히 동원하는 것 쯤으로 아는 국내 방송계 현실에서 인문학을 멀리 한다고 지탄받는 젊은이들이 제발로 방청석을 찾아 눈빛을 반짝이며 때론 박장대소하는 현장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교양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10%선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도올의 '논어이야기' 제작진은 "시청률은 중요하지 않다" 고 애써 강조한다.

하지만 현재의 시청률에 만족해서인지 당초 약속한 대담과 현지답사, 음악.연극의 예술성 가미 등 강의의 다양성이 이뤄지지 않는 점은 아쉽다.

가끔 다른 국내외 학자에 대해 도올이 다소 비하적인 발언을 하는 것 또한 방송의 공익성 차원에서 제작진이 미리 걸러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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