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이승엽 징계 놓고 고심

중앙일보

입력

`유니폼을 벗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승엽(25.삼성)이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에 전격적으로 가입함에 따라 소속 팀인 삼성 라이온즈가 목하 고심중이다.

`노조 배격'을 그룹의 사시처럼 삼고 있는 삼성은 그동안 "선수협에 가입하면 누구라도 유니폼을 벗기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구단 지시를 거부한 첫 이탈자가 라이온즈의 간판타자인 이승엽이 되자 선뜻 징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54홈런을 터뜨려 한국야구사에 신기원을 이룩한 이승엽은 삼성 뿐만아니라 국내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다.

이승엽이 지닌 스타성이 워낙 대단하다보니 선수협 집행부는 어떻게든 그를 끌어들이려고 노력했었고 선수협을 지지하는 팬들의 질타 또한 그만큼 많았다.

삼성은 이승엽이 선수협 가입을 선언한 직후 김재하 단장이 면담을 갖고 설득작업을 벌였고 4일 오전에는 신필렬 사장까지 직접 설득하려다 주변 여건이 좋지 않아 포기했다.

삼성 프런트는 이승엽의 전격적인 가입으로 적잖이 당황한 것은 사실이지만 종전 서슬퍼렇던 강경 태도에 비하면 예상밖의 침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런트 일각에서는 "선배들을 구제하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이름만 걸어 놓겠다는 데 중징계를 내릴 필요가 있느냐"며 이승엽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동정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승엽이 선수협 가입 이전에 집행부와 자신의 역할을 놓고 협의했듯이 구단과도 사전 교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즉, 극성 네티즌들이 이승엽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여 가는 상황에서 더이상 머뭇거릴 경우 스타의 이미지에 막대한 손상을 입는다는 점을 구단도 인식해 암묵적으로 동의를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삼성이지만 해당자가 '국민타자'라는 이승엽이다 보니 징계 등 대응방안을 찾는데 시간을 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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