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호재' 타고 이륙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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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주식시장이 꺾였던 날개를 되찾았다.
지난해 말 폐장 이후 주가를 억눌러온 국내 변수들이 하나 둘 가닥을 잡아가더니 이번엔 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해외 불안요인까지 걷어낼 조짐이다.

최근 국내 증시는 미국발 호재가 아니더라도 상승 흐름을 탈 만한 여건들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루 전인 지난 2일 미국 나스닥지수가 7% 이상 폭락했음에도 국내 주가는 소폭 상승하는 저력을 보임으로써 미국 시장만 안정되면 한차례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할 정도다.

◇ 국내 요인〓무엇보다 은행합병과 금융지주회사 설립 등 금융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실기업 정리문제도 미흡하나마 가닥을 잡았다.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앞으로 대거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 물량을 받아주기로 하면서 연쇄 부도사태를 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과 신도시 개발 등 경기진작 정책도 주가를 부추기는 요인. 게다가 근로자주식저축을 허용한 데 이어 연기금 주식전용펀드를 크게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사실 꼬일 대로 꼬인 경제문제들도 주가만 올라주면 의외로 쉽게 풀려나갈 수 있다는 게 정부 시각" 이라고 털어놓았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구조조정 의지가 퇴색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현대건설과 쌍용양회 등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한계기업 정리와 관련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풀렸다" 고 진단했다.

◇ 해외 요인〓미국의 금리인하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짓눌러온 미 경제의 경착륙 우려감이 희석됐다.
이로써 미 증시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 순매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도가 기대된다.
이를 반영, 외국인들은 4일 하루동안 무려 4천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수하며 폭등장세를 선도했다.

ING베어링증권은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서 아시아 증시 중 한국이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볼 시장으로 꼽았다.
지난해 한국 증시는 세계 주요 증시 중에서 가장 많이 떨어져 주식값이 싸다는 이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향후 장세〓상승흐름을 더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대세전환에 대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들이다.

SK증권 이충식 상무는 "주식시장은 단기간에 15% 이상 오르면서 지난해 4분기 이후 거래가 집중됐던 종합지수 550~560대에 진입한 상황" 이라며 "당분간 대기매물 소화를 위한 일진일퇴 공방전이 예상된다" 고 밝혔다.
대기매물의 극복 여부는 예탁금 증가와 외국인 순매수 정도에 달려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미국 시장만 버텨주면 일단 1월 중 지수 620선 정도에 이르는 제한적 유동성 장세가 있을 것" 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金이사는 "미국이 예상밖의 큰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경제가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 이라며 "금리인하가 미국 기업들의 실적호전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시장은 다시 하락세로 기울 것" 이라고 진단했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정부가 근본적 구조조정 처방을 미루고 단기 부양책을 쓸 때는 주식매도 기회였던 적이 많다" 며 "이번 상승흐름에 큰 기대를 걸기보다 어느 정도 오르면 보유주식을 줄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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