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말인사 '재무통'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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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기업 인사에서 기업의 자금줄을 관리하는 재무담당 임원들이 전진 배치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기업들이 줄줄이 발행한 회사채가 내년에 65조4천억원이나 만기가 돌아오는 데다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을 상대하며 유동성과 손익을 관리하는 '재무통' 이 중용되고 있다.

H그룹 회장은 "내년에도 금융시장이 쉽게 안정될 것 같지 않아 자금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흑자 부도나는 회사도 생길 것" 이라며 "결산이 나올 내년 2월 말 계열사 인사에서 재무.자금 담당자를 전면에 배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 13일 인사에서 신임 구조조정본부장에 재무.자금 분야 전문가인 김창근 구조조정본부 전무를 사장으로 승진.발령했다.

金본부장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재무부문장도 겸직한다.

현대중공업도 지난 28일 인사에서 재정을 맡는 서태환 이사를 상무로, 조성장 이사대우를 이사로, 김성모.정준기 부장을 이사대우로 승진 발령했다.

내년 2~3월 주총에 맞춰 임원 인사를 할 계획인 삼성그룹은 계열사들이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만큼 승진 인사 폭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룹 주변에서는 내년 상반기에도 경기침체 상황이 이어질 것이므로 흔들림 없는 구조조정을 위해 재정과 구조조정 분야를 강화하는 인사를 점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환율 등 국제 금융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도체.전자를 주력으로 삼은 사업구조상 재무 업무의 비중이 계속 클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내년 2월 말 계열사별로 인사를 할 예정인 LG그룹도 재무 전문가의 중용이 예상된다.

LG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실적과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데다 외자유치.사업매각 등이 활발해지면서 국제금융과 재무통의 활약이 커지고 있다" 면서 "재무팀 중시는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현상인데 내년에도 재무담당 임원들의 승진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올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기아자동차는 연초에 대규모 임원 승진인사를 할 예정이다.

정몽구 회장이 그동안 유동성 확보와 수출 활성화, 신제품 개발, 품질관리를 강조해온 만큼 이 분야 인사의 승진 발탁이 예상된다.

지난 9월 민영화한 포항제철은 내년 1월 16일 29개실.31개부를 34개실.29개부로 바꾸는 조직개편과 함께 인사를 할 예정이다.

포철 관계자는 "내년에도 철강경기 침체로 유동성 확보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변수인 만큼 인사에서 재정분야와 철강판매 전문가의 등용이 눈에 띌 것" 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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