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의학의 철학…의료 상품화땐 서양예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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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 이뤄지는 대체의학 논의는 근대 이후 절대가치로 군림해온 '과학적 세계관'의 신화가 붕괴 내지 전환되고 있음을 알린다.

그것이 '새로운 의학,새로운 삶' 필자들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이다.방건웅은 이렇게 설명한다.

"뉴튼에 의한 기계론적 세계관의 기초를 뒤흔든 것 중의 하나가 빛이 파동과 입자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양자역학의 발견이었다.모든 물질은 최소 입자로 이뤄진 것만은 아니다는 20세기 양자 역학의 가설은 기계론적 틀을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시간과 공간은 상호연관이 없는 절대적 존재였는데,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이론이 나오면서 시공연속체 개념으로 바뀌었다."(26쪽)

바로 인체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도 그 때문이다.

'인체=시계에 다름아닌 기계'라는 인식 아래 의술이란 고장난 부분을 수선 ·수선하는 행위였다.서구의학이 해부학에 강하고, 외과 수술을 발달시킨 것은 그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없고 처방이 천편일률이었다.또 심인성(心因性)과 만성질환에는 턱없이 약했다.(38면 점핑!)

대체의학이 '질병 중심에서 포괄적 건강 중심으로'의학의 관심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필자 중의 한명인 전홍준은 아예 이런 역설적 표현을 구사한다.

"현대 의사들은 질병에는 해박하나, 막상 건강에는 무지하다."(34쪽)그는 한걸음 더 나가 암(癌)세포는 '강하고 무섭다'는 상식을 뒤바꿔 버린다.

"암세포란 약하고 혼란스런 세포일 뿐이다.세포분열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미숙한 세포를 과다생산하는 것일 뿐이다. 유전자 차원에서 볼때 암세포란 '혼란스런 정보와 비뚤어진 지성을 가진 세포이다.문제는 암은 발암물질 같은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불균형하고 부조화스런 환경을 가진 환자 자신이 주범이다."(39쪽)

따라서 '새로운 의학,새로운 삶'은 '의사들이 이런 말을?'하는 놀라움을 안겨주지만,알고보면 동서의학의 만남이 깊숙하게 준비되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이점은 건강 정보 그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놀랍게도 그것은 인문학적 콘텐츠로 읽히기 때문이다.즉 과학의 이름을 앞세운 서양의학 앞에 속절없이 무장해제를 당했던 제3세계 의학들이 '복권'을 할 수 있는 찬스를 맞은 것이다.

그러면 과연 그저 즐겁기만 한 일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다음은 귀담아들어야 할 이종찬의 경고이다."전망은 밝지않다.동아시아의 전통의학을 서구사회는 대체의학이란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전통의학의 맥도날드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의료의 상품화,신자유주의화가 진행된다면,서양의학 앞에 자신을 송두리째 갖다바치는 결과도 예상된다."(9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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