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미국 금융시장 신용경색 우려

중앙일보

입력

미국 기업들이 호황기 과다차입으로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미국 자금시장에 신용경색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금융시스템의 변화로 이번 신용경색은 지난 90년대초 부동산담보 부실대출로 은행기능이 마비됐던 때와는 매우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0년대초 이후 10년간 자금시장에서는 은행의 신용분배자로서의 영향력이 잠식되고 여신이 다른 형태의 거래 가능한 유가증권 즉 회사채를 통해 이뤄졌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신용경색은 시장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며 이는 은행들이 대출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자가들이 그렇게 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고수익을 원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사들이는 이른바 정크본드라고 하는 고위험 고수익의 자금시장에서 유동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90년대 후반의 차입조건이 지난 80년대의 정크본드 붐 당시보다 차입자에게 유리했던데 대한 반작용이라고 신문은 말했다.

또 투자가들은 자신들이 기술혁신으로 거의 모든 기업들이 불안정해진 상태에서 장기채무의 위험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고정수익펀드회사인 핌코의 빌 그로스 사장은 투자가들이 이른바 신세대 경제에서 높아진 기업들의 부도위험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익률이나 특정한 형태의 지분참여 등을 원하고 있다며 문제는 신세대 경제의 많은 분야에서 회사채 매입이 적절한 것인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매입자들은 신세대 경제가 회사채에 대해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이해하는데 소홀했다고 그로스 사장은 말하고 기본적으로 하락세로 이끄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보면 투자가들이 매입한 회사채와 부실채권은 주식과 같은 수준의 위험을 동반하고 있으면서도 고정수익을 제시했으며 특히 현금흐름이 생기기 이전 단계에서 엄청난 자금을 차입했던 통신업체들의 경우가 그랬다고 신문은 말했다.

"이 기업체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펀드매니저들이 현금이 풍부했던데다 투자하려는 의욕이 컸기 때문이라고 메릴린치의 수석 고수익채권 전략가 마틴 프리드슨은 말했다.

이제 고수익 채권의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고 있고 투자가들은 올들어서만 70억달러를 고수익채권시장에서 빼내갔으며 펀드매니저들과 딜러들도 채권투자를 크게 줄이고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회사채의 가산금리도 크게 높아져 지난 3월 메릴린치지수에 포함되는 회사채의 12%가 미국 재무부채권보다 10%가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고 지난 11월에는 그 비중이 32%로 높아졌다.

또 기관투자가들이 매입한 부실채권의 가산금리는 지난 98년 중반부터 올 3.4분기 사이에 1% 이상 높아졌다.

새로운 고수익채권 판매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됐으며 12월들어서는 단 2건만 성사됨으로써 지난 9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투자가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90년대와 같은 형태의 신용경색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사고는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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