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른 강남 재건축…2주 새 8000만원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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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 재건축아파트 급매물이 동나고 가격이 뛰고 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고 재건축 사업을 억제해 온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규제완화 기대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약세여서 강남권 재건축 집값 상승세가 전반적인 수도권 주택시장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29일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급매물이 총선 이후 팔려나가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우정공인 김상열 사장은 “올 들어 쌓이기만 하던 급매물이 총선 이후 하나 둘 계약되면서 이제는 시세보다 싼 매물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포주공 인근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올 들어 4월 초까지 딱 1건 중개했는데 총선이 끝난 뒤 2주 새 5건이나 거래했다”고 말했다.

 매물이 팔리면서 가격은 오름세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1월 셋째 주(0.01%) 이후 3개월가량 줄곧 하락세를 이어오다 총선 이후 2주 연속 올랐다. 개포주공1단지 50㎡형(이하 공급면적)은 총선 뒤 8000만원 뛰어 현재 8억원을 호가(부르는 값)한다. 개포주공4단지 36㎡형도 2주 새 4000만원 오른 5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최근 개포지구를 찾은 뒤로 소형주택 의무비율 규제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24일 개포지구 주민들을 만나 “자주 만나 협의하면 (소형주택 확대 문제 등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10억4000만원이던 잠실 주공5단지 119㎡형은 총선 바로 뒤 10억8000만원으로 오르더니 지금은 11억원을 호가한다.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새누리당 승리로 투기지역 등 강남권의 규제가 풀릴 것으로 보고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재건축아파트 값이 많게는 1억원 이상 빠지면서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매수심리를 자극했다.

 중개업자들은 “구체적인 규제완화 대책이 나오고 개포지구 등의 재건축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되면 재건축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재건축 시장 회복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규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릴지 불확실한 데다 경기침체 등으로 규제완화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이유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최근의 재건축 반짝 상승을 큰 흐름으로 보기엔 이르다”며 “국내외 경제사정이 여전히 불안정해 전체 거래시장이 살아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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