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인터뷰 마음에 들지 않았나…인터뷰 후기 올린 이유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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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씨가 한겨레신문이 게재한 자신의 인터뷰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한겨레 인터뷰 후기’라는 제목의 글을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한겨레신문은 28일 자에서 1면과 3·4면에 김씨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기사 제목은 “우리가 15석 날렸다는 덧씌우기는 진보·보수의 ‘국공합작’”, “극단적 대결국면에서의 사퇴는 지지층에 상실감, 열패감 불러”, “대신 김용민이 총알받이 되면 역전 발판 만들 수 있다고 판단”, “언론에서 막말 논란 틀어댔지만, 문제는 야권의 위기대응능력” 등이었다. 김씨의 발언에서 따온 제목이다. 김씨는 이날 새벽 자신의 블로그에 ‘한겨레 인터뷰 AS’라는 글을 올렸다.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변 전문’이라는 글이었다.

지면에 반영된 내용이 맘에 들지 않자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글의 도입에서 “주요한 골자가 지면에 반영되지 못했다. 이러면 애초 인터뷰에 응한 목적이 사라지는 것” “내 어법이 전혀 아닌지라 읽는 내가 다 어색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고치고 싶으나 귀찮아서 그 중 일부만 정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입장을 길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자 이번에는 김씨가 이 블로그 글에 대해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그래서 인터뷰 후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고쳤다.

고친 글의 앞 부분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겨레 토요판 인터뷰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골자가 있었다. 그 골자를 사전에 진행된 인터뷰 <답변>에 담았고 이 <답변>과는 별도로 다시 인터뷰가 있었다. 지면은 후자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답변>과 지면 간의 간극은 기자의 왜곡이나 조작이 아니다. 이 점 오해 없기를 바란다.

되돌아 보니 기자는 기자 나름의 기획의도대로 진행한 후자의 인터뷰를 통해 지면을 구성한 것이고, 나는 내 나름대로 사전 <답변>에 방점이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입장과 해석 그리고 스타일의 차이다. 실은 이런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간의 긴장은 때로 좋은 특종을 낳기도 때로 불필요한 갈등을 낳기도 한다.

그러므로 내가 골자라 생각한 부분이 반영되지 못했던 것은, 후자의 인터뷰를 마감시한에 임박해서 기자에게 정리하도록 안겨버린 나의 불찰이라 하겠다. 혹여 이 일이 마치 나꼼수와 한겨레의 불화인양 확대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더구나 본인, 한겨레 23년 독자에 15년 필자다. 새벽의 글이 기자의 의도적 조작이나 왜곡처럼 비춰지어 혹여라도 기자 개인이 고초를 겪는다면 부당한 일이니 미안함을 전한다. 그렇지 않아도 진보가 고단한 시기다. 그 무엇보다 지금 시점에서 어떤 종류의 불화도 원치 않는다.

아래는 보충 인터뷰 이전에 있었던 <답변>을 통해 꼭 해두고 싶었던, 골자에 해당되는, 못 다한 이야기 중 핵심만 추린 거다. 이 블로그는 곧 폭파된다.'

그는 이 글에서 '내가 골자라 생각한 부분이 반영되지 못한 건 인터뷰를 마감시한에 임박해서 기자에게 정리하도록 안겨버린 나의 불찰'이라고 썼다. 기자가 자신의 뜻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4·11 총선결과에 대한 나꼼수의 평가'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이 글에서 막말 파문을 일으킨 김용민씨가 산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별도로 우리 입장에선 김용민이 산화한 선거다. 파문이 시작된 순간부터 우리는 김용민의 낙선을 받아들였다. 보수 결집의 소재로, 민주당의 공포를 자극하며 나꼼수 와해의 수단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김용민이 활용될 것이 명백했다.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기로 결정했다. 사퇴하면 젊은 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 보도됐던데, 우린 그렇게 단순한 바보가 아니다.

극단적 대결국면에서의 사퇴는 감정선을 단절시키고 정서적 전선을 와해시키며 상실감, 열패감을 야기한다. 이건 논리적 설득으로 단기간에 만회할 수 없다. 더구나 민주당은 그 사퇴의 의미를 도덕적 결단으로, 최대한 호의적으로 포장 유포해 줄 매체 패키지도 없다.

그러나 김용민이 총알받이가 되면 감정선은 하나의 스토리 라인을 유지하고, 마지막 주말엔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다 판단했다. 실제 주말을 지나며 지역구 후보들의 지지율 격차가 사찰문건 공개 이후 처음으로 좁혀지기 시작했으나 절대 시간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그건 김용민에게 너무도 잔인한 선택이었다.

그 선택이 진보진영으로부터도 공격 대상이 될 거란 것도 뻔했고 사후 그 사정을 설명해봐야 통하지 않을 거란 것도 알았다. 하지만 우린 의사결정의 기준이, 우리를 어떻게 변명하고 면피하는가에 있지 않다. 우린 우리 자신에게 누구보다 냉정하다. 우리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그 근본을 되돌아봤고 결국 김용민은 끝까지 그 전선을 지키며 피투성이가 됐다. 가슴이 미어진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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