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울리는 ‘찰칵’ 소리 … 휴대전화는 꺼놓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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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삐리이릭~삐리이릭~, 찰칵~찰칵~.’

“아저씨, 제발 휴대전화는 진동으로 해주세요.”, “스윙 중에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니까요.”

“이건 셔터 소리가 안 나는 동영상을 찍는 아이패드라고. 웬 상관이냐.”

“이봐요. 아니, 대회장에서 갤러리 에티켓도 몰라요. 저런 사람이 무슨 골프를 한다고(쯧쯧).”

국내에서 골프 대회가 열리는 대회장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풍경 가운데 하나다.

정확히 1년 전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때의 일이기도 하다.

휴대전화 벨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리고 또 그 휴대전화로 스윙 중인 선수의 사진을 촬영하는 등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이를 제지하려는 경기진행 요원과 갤러리 사이에는 시비가 붙어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갤러리는 3라운드 때 선두를 달리고 있던 브랫 램퍼트(호주)의 공이 카트길을 따라 굴러오자 발로 막았다. 홀 쪽으로 향하던 공은 속도가 줄면서 낮은 언덕을 넘어가지 못하고 반대쪽으로 흘러갔다. 램퍼트는 적어도 50m의 거리를 손해 봤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전 세계로 중계됐다. 안타까운 것은 이 장면 하나가 한국의 갤러리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는 얘기다.

더 가관인 것은 경기 중인데 티잉 그라운드에 불쑥 들어가 모자에 사인을 해 달라는 갤러리도 있었고, 잠깐 빈 티잉 그라운드에 돗자리를 깔고 김밥을 먹는 가족도 목격됐다.

이쯤 되자 한국골프의 갤러리 문화도 이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올해 한국 갤러리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은 ‘소음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도가 너무 심했다. 만약 선수에게 최상의 기량을 요구하고 싶으면 갤러리는 최고의 매너를 지켜야 한다. 신사의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신사의 예절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갤러리로서 최소 다섯 가지는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휴대전화는 놓고 간다. 가져가야 한다면 반드시 무음이나 진동으로 전환한다. 둘째, 꼭 골프화나 운동화 차림으로 입장한다. 셋째,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 반드시 먼곳에서 스윙이 끝난 뒤에 찍는다. 넷째, 로프를 친 구역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다섯째, 어떤 경우에도 경기 중인 공은 건드리지 않는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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