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사르코지냐 새 인물 올랑드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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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사진 왼쪽)과 야당 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22일(현지시간) 대선 1차 투표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파리·튈 AP=연합뉴스]

니콜라 사르코지(57) 대통령은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았다. 5년을 통치한 현직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20%대의 지지율에 허덕이며 야당 후보 프랑수아 올랑드(58)에 끌려다녔다. 결선에 올라 극적인 승리를 거둘 희망은 아직도 살아있지만 유권자들은 이미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낙인을 찍었다.

 프랑스의 8만5000여 개 투표소에서 대선 1차 투표가 실시된 22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이틀 전까지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20%를 넘을 정도로 어떤 후보도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이 20%의 대다수는 2007년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표를 줬던 중도보수층 유권자다.

 파리 15구청 투표소에서 나온 회사원 뒤브로이크 장샤를(30)은 “어젯밤에야 사르코지 대통령을 찍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가 좋아서가 아니라 사회당 집권이 싫어서”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옆에 있던 20대 여성 클레르 클레망은 “올랑드에게 투표했다. 그는 최소한 사르코지처럼 경박한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선 사르코지 대통령이 25~27%, 올랑드 후보가 28~30%의 표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10명의 후보 중 1, 2위를 달리는 두 후보의 지지율 차가 최대 5%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이었다. 막판에 지지 정파가 아니라 인물을 놓고 결심한 유권자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프랑스 방송 TF1은 분석했다. 우파라고 여기면서도 성격 좋은 좌파 후보인 올랑드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파리의 선거 벽보 중 사르코지 대통령의 얼굴이 온전한 것을 찾기는 힘들었다. 찢겨있거나 낙서로 도배돼 있었다. 성난 민심은 그렇게 드러났다.

 많은 유권자는 “경제 개혁을 해야 하며, 유럽의 경제 위기를 이겨내려면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말이 옳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올랑드 후보의 승리로 17년 만에 사회당이 정권을 탈환해 재정 적자를 늘릴 것을 걱정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반감의 벽은 높았다. 교사인 카트린 나일(42)은 “사르코지는 말을 함부로 하고 독선으로 일관했다. 프랑스에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올랑드 후보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공약들로 반사 이익을 얻어왔다. 부자 증세, 퇴직 연금 지급 시기 60세로의 복원이 대표적이다. 정치인으로는 감점 요소인 소심해 보이는 성격도 대통령과 대비돼 득이 됐다.

 예상대로라면 사르코지 대통령과 올랑드 후보는 1차 투표 1, 2위 후보를 놓고 벌이는 다음 달 6일의 결선에서 맞붙게 된다. 여론조사에선 사르코지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 뒤지는 참패가 예견된다. 하지만 집권당 캠프에선 “1차 투표에선 사르코지 심판론이 먹혔지만 결선에선 유권자들이 올랑드를 냉정히 평가할 것”이라며 대역전의 드라마를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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