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바다 봄바람 맞은 말린 농어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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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호 33면

생선은 말리면 색다른 맛이 난다. 꾸덕꾸덕할 정도가 되면 맛이 농축돼 감칠맛이 더 진해지고, 쫄깃하게 씹히는 맛도 더 좋다. 이런 매력 때문에 나는 바닷가에 갈 때면 말린 생선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나와 농어: 마크로밀 코리아 주영욱 대표

자주 다니는 식당 중에 진도횟집이란 곳이 있다. 주인 아주머니의 바깥분이 직접 진도에서 어선으로 생선을 잡아 서울로 올려보내 요리 재료로 사용하는 곳이다. 제철에 나는 싱싱한 자연산 생선과 맛있는 별미들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맛집이다. 그곳에서 회원을 모집한다는 문자 연락이 왔다. 직접 잡아 바닷바람에 말린 생선을 저렴한 가격에 매월 두 번씩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말린 생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어서 냉큼 신청을 했다.

첫 번째 택배가 왔다. 말린 농어, 참돔, 바닷장어, 조기 등이 들어 있었다. 뒷동산에서 캤다는 봄나물과 편지도 함께 왔다. 다른 생선들은 말린 것으로 먹어봤지만 농어는 처음이었다. 어떻게 요리를 할까 하고 인터넷으로 요리법을 찾아봤더니 찜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집사람에게 부탁해 요리를 했다.

워낙 농어가 맛이 좋은 생선이기도 하지만 말린 농어찜은 특별했다. 담백하면서도 깊은맛이 일품이다. 다른 생선들하고 구별되는 고급스러운 맛이 있다. 보내준 쌉쌀한 봄나물 무침을 곁들여 진도 앞바다의 봄바람이 말려준 농어찜을 맛있게 즐겼다.

엊그제에는 두 번째 택배가 왔다. 말린 농어와 또 다른 생선들이 배달되었다. 이번에는 한참 제철인 동백꽃 나뭇가지를 몇 개 꺾어 함께 넣어 주셨다. 동백꽃 가지를 꽃병에 넣어서 마루에 놓아두니 향긋한 봄기운이 집안에 가득 들어찼다. 말린 생선을 주문했는데 남쪽 바다의 봄을 함께 배달해 주시고 있다. 기대하지 못했던 즐거움이다. 그 정성 때문에 봄날이 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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