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바람 미풍, 이틀전 나꼼수 멤버들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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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총선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가 11일 밤 당선이 유력시되자 선거사무실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부산 사상에서 승리를 거뒀다. 문 고문은 11일 총선에서 54.7%를 얻어 44.3%를 얻은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를 10.4%포인트 차이(12일 오전 1시 현재)로 앞섰다.

 하지만 부산·경남(PK) 지역에 함께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이 대부분 접전 끝에 고배를 마시면서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 중 한 곳으로 꼽혔던 ‘낙동강 전투’에서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고문은 지난해 말 민주당 문성근 최고위원(부산 북-강서을)과 부산 동반 출마를 선언한 뒤(본지 지난해 12월 22일자 12면) ‘투 문’ 투톱 체제를 이뤄 낙동강 전투를 진두지휘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도 27세의 손 후보를 전략공천하면서 부산 사상은 이번 총선에서 최대 관심 지역구로 부상했다.

 문 고문은 관내 12개 동을 세 바퀴 이상 도는 등 바닥을 샅샅이 훑는 전략으로 민심을 공략했고, 줄곧 10%포인트가량 앞서가면서 승기를 굳혔다. 그의 승리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북-강서을에 도전했다 패한 뒤 12년 만에 PK 지역에서 야권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다섯 차례나 부산을 찾을 정도로 전력투구한 상황에서 선전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 고문의 적극 지원유세에도 불구하고 부산 북-강서을 등 다른 PK 지역구에서는 새누리당의 두터운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한 소득은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낙동강 전투에서의 승전보를 바탕 삼아 대선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에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문 고문은 지난 5일 부산 지역 후보 합동유세에서 “국회의원 한 번 해보려고 정치에 나선 게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어 정치에 뛰어든 것”이라며 대선 정국에서 적극 역할을 맡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일각에선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로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민주당 김용민 후보가 막말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문 고문이 선거 이틀 전인 9일 부산에서 나꼼수 멤버들과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를 벌인 게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문 고문은 당장 대선 가도에 뛰어들기보다는 당분간 숨고르기를 하면서 정국을 주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고문의 측근은 “당내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경제민주화와 외교안보 등 정책 자문그룹을 보강하는 등 본격 행보에 대비한 체제 정비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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