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투표 독려, 서울 바깥에선 안 먹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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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1일 오전 한때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치러진 19대 총선 투표율은 54.3%. 직전 2008년 18대 총선(46.1%)에 비해 8.2%포인트 올랐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대도시에선 트위터를 포함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이 투표율을 끌어올렸다.

 오전 9시 현재 서울의 투표율은 7.6%.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같은 시각 투표율(9.0%)에 비해 1.4%포인트 낮았고, 역대 최저였던 18대 총선 9시 현재(7.8%)보다 낮았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포함해 파워 트위터리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2시 트위터를 통해 “4월 11일 투표안하실겁니까불이~투표합시다람쥐~”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선 사진을 내걸었다. 방송인 김미화씨도 “70% 넘어갈걸 확신하며. 미리 일자눈썹! 어여덜 투표장으로”라고 글을 남겼다. 배우 최강희씨는 낮 12시가 지나자 “사랑하는 여러분. 투표를 하는 건 자유인데 안 하면 X된다고 친구에게 꼭 얘기해주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오후 들어 서울의 투표율이 점차 급한 상승세를 탔다. 오후 2시쯤 35.7%로 2년 전 지방선거 투표율(35.8%)을 따라잡더니 3시부터는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오후 6시 서울의 최종 투표율은 55.5%로 지방선거(53.9%)를 1.6%포인트 웃돌았다. 18대 총선(서울 45.8%)보다는 9.7%포인트나 높아졌다. 서울의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오른 것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거셌던 2004년 17대 총선 이래 8년 만이다. 그만큼 서울에서 SNS의 힘 때문에 2040세대를 포함해 투표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셈이다.

 지역별 투표율의 경우 도시의 투표율이 전국 투표율을 높이는 ‘도고농저(都高農低)’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을 포함한 7개 특별·광역시는 18대 총선 때에 비해 9.6%포인트나 올랐다. 평균 상승폭(8.3%포인트)보다 더 오른 셈이다. 반면 경기도를 포함한 9개 도(道) 지역은 지난 총선보다 평균 5.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2010년 6·2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강원도는 지방선거 때(62.3%)에 비해 6.5%포인트, 제주도 10%포인트, 전남 7.5%포인트, 경남이 4.6% 등 평균 5.1%포인트가 낮아졌다.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 지역에선 트위터·페이스북 이용자가 적어 SNS의 투표 독려 캠페인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수도권에선 SNS로 젊은 세대의 결집이 이뤄진 반면 지방에선 중도를 포함한 보수층 역결집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이번 총선처럼 55%에 근접한 투표율에는 2040세대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이나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의 막말 파문으로 보수층도 결집이 상당히 반영된 것”이라며 “새누리당 정당 득표율이 42%나 된 것도 막판 보수층 결집이 강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SNS의 영향력은 서울이나 부산, 세종시 같은 접전지역에서는 발휘됐지만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에서 멀었던 지방에선 반감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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