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마루타 실험' 논란

중앙일보

입력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소에서 실시한 식수 연구실험에 참가한 지원자들은 로켓연료에서 검출되는 산업오염물질이 포함된 알약을 복용하는 대가로 각각 1천달러를 받고 있다고 LA타임즈를 인용 CNEWS가 최근 보도했다.

페르클로레이트라(perchlorate)고 불리는 오염물질이 갑상선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된 이번 실험은 미국 식수기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본데이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 물질은 식수에서 빈번히 발견되는 물질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로히드 마틴사가 설립한 로마 린다 의학센터의 이번 실험은 과학자들이 환경오염물질의 위험성을 연구하기 위해 인간을 상대로 화학약품이나 구충제를 섭취하도록 할 수 있는가 하는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실험은 식수오염물질을 실험하기 위해 인간 지원자들을 이용하는 사상최대의 연구로 간주되고 있으나 인간을 상대로한 연구라는 점에서 상당한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인간을 상대로한 연구를 반대해온 환경실무단체(EWG)의 리챠드 와일스 선임연구원은 "이런 실험은 근본적으로 비윤리적인 처사"라고 비난했다.

지난 8월 시작돼 6개월간의 실험에 참가한 100명의 지원자들중 50%는 그 오염물질을 섭취했으며 또 다른 50%는 심리효과용 신약테스트의 대조제용인 플라시보를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클로레이트를 복용한 지원자들은 캘리포니아 보건당국이 허가한 양의 83배가 높은 오염물질을 섭취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물질을 과다 섭취할 경우 갑상선 호르몬 분비를 억제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감상선 기능은 태아와 유아의 성장과 성인의 신진대사를 규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포함하고 있다.

올해 발행된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이 문제의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식수가 공급되고 있는 아리조나의 레이크 미드 지역의 유아들은 기형의 갑상선 기능를 타고 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슷한 환경에 노출된 라스베가스에서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 참여한 지원자들은 연구실험기간동안 매월 정기 건강진단을 받고 있어 건강상의 위협은 없다는 것이 로마 린다 연구원들의 주장이다.

현재 이 같은 인간실험을 규정하는 정부기관이 없으나 모든 연구기관은 각 연구의 승인을 결정하는 자체 심의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이번 실험도 이곳을 통해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험의 의도와 결과가 어떻든 인간을 실험 대상자로 선정하여 실험에 임하였다는 측면만으로도 이번 실험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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