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식의 터치다운]굿바이 새천년, 헬로우 21세기

중앙일보

입력

“더이상 참을수 없다(Enough is enough!)”

LA의 대표적인 사립학교이자 캘리포니아 최대의 풋볼팬을 보유한 고향팀 남가주대 (USC)트로잔스가 결국 최악의 성적으로 새천년 시즌을 마감했다. ‘트로이 군단’은 25일 최대라이벌 노터데임 파이팅 아이리시와의 대학풋볼(NCAA) 마지막 경기에서 38-21로 무릎을 꿇으며 5승7패로 몰락, 8만명의 홈팬들을 실망시켰다.

LA학교 USC와 UCLA 브루인스 풋볼팀에게 있어서 ‘시작이 반’이란 격언은 올해의 경우 예외가 아닌가 싶다. 개교 이래 120년동안 전국챔피언에 8번이나 오르고 최고권위의 로즈보울에서 20차례나 우승한 USC는 시즌초반 3연승으로 전국랭킹 7위까지 치솟으며 ‘21년만의 고향팀 내셔널 챔피언십’이란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그러나 이후 LA타임스의 표현대로 ‘약먹은 환자’ 같이 무기력증에 빠지며 5연패, 사상 처음으로 서부지구 퍼시픽-10(팩텐) 컨퍼런스 꼴찌로 추락했다. 트로이 용사들은 우승트로피 대신 ‘천당에서 지옥으로, 지킬박사와 하이드’란 비아냥을 들어야했다.

풋볼 역사만 100년이 넘는 USC는 불과 2개월전 안방인 LA메모리얼 콜로세움에서 가진 5백번째 홈경기에서 캘 스테이트 샌호세 스파르탄스를 누른 것을 마지막으로 501∼505번째 홈경기를 모조리 지는 진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매년 로즈보울에 진출해도 ‘당연하게 여기는’ 극성 사립학교 USC에서 고작 19승18패의 성적으로 3년만에 쫓겨난 폴 해킷(57) 감독은 사상 최단명 재임·보울 우승 ‘0’의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2년전 19세의 1학년생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쿼터백 카슨 파머는 올시즌 12경기에서 무려 18개의 인터셉트를 허용하며 이 부문 학교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은 경기당 평균 9.4개의 반칙을 남발하며 공수의 맥을 끊어버렸다.

USC가 노터데임을 눌렀으면 같은 팩텐 학교인 오리건 스테이트 비버스가 대신 4대 메이저보울에 나갔으며 이 경우 10개의 팩텐팀이 1,350만달러(약150억원)의 출전료를 나눠 가질수 있었다. ‘트로이의 목마’는 경기에서 지고 금전적 손해는 물론, 컨퍼런스팀으로부터 원망까지 듣는 신세가 됐다.

주립 UCLA 역시 전국랭킹 3위인 앨라배마 크림슨 타이드·미시간 울버린스를 연파하며 초반 3연승으로 톱텐에 자리매김했으나 곧 약발이 사그라지며 6승5패로 겨우 5할대를 넘어 별볼일없는(?) 텍사스 샌앤토니오의 선(Sun)보울에 나가게 됐다.

이제 개혁에 대한 컨센서스(합의)는 이뤄졌다. 이대론 안된다. LA학교에 있어서 2000년 시즌은 막을 내렸다. 올해의 실패를 교훈삼아 내년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새천년 대학풋볼 기사를 쓴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가 저물어간다. 이제 한달이면 21세기로 접어든다. LA팀의 내년 분발을 기대해 본다. 아듀 뉴밀레니엄, 헬로우 뉴센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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