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경남도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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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경남도청 행정자료실에 마련된 ‘이달의 추천도서 코너’에서 한 직원이 김두관 지사와 도청 직원이 교환한 책을 고르고 있다. [황선윤 기자]

4월 정례조회가 열린 지난 2일 경남도청 강당. 김두관 지사가 이날 직원을 대표한 이영미(32·경제기업정책과)씨에게 책 한 권을 선물했다. 노르웨이 경제학자 에릭 라이터너가 쓴 『부자나라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라는 책이다. 이 책은 극단적인 시장의 자유와 자유무역은 부자나라에만 유리한 게임이므로 경제수준에 따라 개방의 정도를 잘 살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지사는 “한국이 경제 선진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자”며 “부자나라, 가난한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씨는 “이 책을 통해 지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직원대표 강명효(44·녹색산림과)씨는 『강의』(신영복)를 김 지사에게 선물했다. 강씨는 “김 지사의 성향에 어울리게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뜻에서 책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지사는 “존경하는 분이 지은 책이어서 더더욱 잘 읽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1년을 맞은 지난해 7월부터 김 지사와 도청 직원들이 독서로 소통하자며 애독서를 교환하는 ‘북 스타트’ 운동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10차례 책 교환이 이뤄지면서 김 지사가 어떤 책을 읽는지 알게 해줘 주목된다.

 김 지사의 애독서 가운데는 먼저 『분노하라』(스테판 에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가 눈에 띈다. 김 지사가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에 비판적인 시각이 있으며, 경제·사회적 민주주의와 정의, 연대 등의 진보적 가치에 관심이 많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때론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성적인 책도 독서 목록에 포함돼 있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는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수단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다 선종한 이태석 신부의 『친구가 되어주실래요』,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이 그것이다.

 도정 관련 책을 읽기도 한다. 내년에 산청에서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리는 점을 고려해 전통의약에 관심을 갖자며 『동의보감 -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고미숙)를 직원에게 선물한 것이다.

 직원이 선물한 책 외에는 평소 고전·신간을 섞어 읽는 편이다. 최근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를 다시 읽었고, 사토 마사루의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다. 현실정치와 관련해서는 『2013년 체제만들기』(백낙청), 『중용의 정치사상』(최상용)을 읽고 있다. 북 스타트 운동으로 도청에서는 김 지사의 애독서를 읽는 직원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김 지사는 “세상에 대한 균형감각과 통찰력을 키우는 데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고 싶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잘 안 된다”고 털어놓았다. 경남도는 북 스타트 운동에 직원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행정자료실에 서로 전달된 책을 비치하는, ‘이달의 추천도서’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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