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만원짜리 명품 웨딩, 행복한 울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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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울산시 중구 컨벤션 웨딩홀에서 110만원만 들인 웨딩 마치가 울렸다. 예복과 웨딩드레스를 입은 부부가 혼인서약을 하고 있다. [사진 울산 중구청]

7일 오후 울산광역시 중구청사에서 결혼행진곡이 울려퍼졌다. 구청 2층에 마련된 902㎡(273평) 크기의 ‘중구 컨벤션 웨딩홀’에서 열린 이상걸(38·울산시 중구 유곡동)씨와 아달링(29·여·필리핀)씨의 결혼식이었다. 붉은색 카펫 위에 결혼 예복을 차려입은 이씨는 자신의 모습이 무대 앞 대형 스크린에 나타나자 행복한 모습이었다.

40대 여성 하객은 “예식 비용을 110만원만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시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대리석에 샹들리에까지 갖춰져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울산시 중구청이 ‘덤터기’ 예식비용을 잡겠다며 웨딩사업에 나선 첫 결실이 맺어졌다. <본지 3월 22일자 22면>

 예식비용 110만원에는 대관료(폐백실 포함)와 드레스·턱시도 대여, 메이크업, 예식 촬영과 앨범 사진(야외촬영 제외)이 포함됐다. 같은 항목을 일반 예식장에 적용하면 500여만원쯤 한다는 게 중구청 설명이다.

 추가 비용은 뷔페 비용(1인당 1만5000원)뿐이다. 웨딩업계 관행인 최소 인원 제한도 없다. 하객 30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중구청은 560만원(뷔페 비용 포함)이면 예식을 끝낼 수 있지만 같은 수준의 호텔급은 1850만원, 일반 예식장은 1080만원 든다.

 110만원짜리 웨딩 실험이 성공하자 시민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정부 기관·자치단체서 벤치마킹 의사를 밝히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 서울 남부지청과 충북 청주시 청남경찰서, 울산시 남구·북구 등이 견학 일정을 잡았다.

 이 웨딩홀은 중구청(청장 박성민·53)이 6억6000여 만원을 들여 지난해 12월부터 대회의실과 회의실 로비를 뜯어내고 만들었다. 지하 1층 구내식당 406㎡(123평)를 리모델링한 뷔페 식당도 곧 문을 연다. 웨딩홀은 공휴일과 주말에만 열고 평일에는 회의실로 활용한다. 뷔페 식당도 평소에는 직원 구내식당으로 이용한다.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7, 8월 비수기를 제외한 10월까지 웨딩홀 예약이 모두 끝났다. 장준익(51) 중구청 총무과 재산관리 담당은 “토·일요일 각각 두 쌍씩 결혼식을 올리는데 반응이 좋아 횟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착한 신혼여행’ 패키지도 준비하고 있다. 청사 내에 여행사를 유치해 시중가보다 30%쯤 싼 신혼여행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중구청 컨벤션 웨딩홀을 이용하려면 중구청 총무과로 신청하면 된다. 052-290-3193.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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