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나라] 달라져야 할 학원야구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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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초, 대망(大望)의 2000년을 맞이 하자 마자 대학야구계는 야구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시켜주는 대가로 학부형들로부터 돈을 받은 김충남(연세대)-조두복(고려대)씨 등 대다수의 감독들이 무더기로 구속이 되어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났다.

사실 이런 대학 진학에 따른 입시 비리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수 십년 동안 관행처럼 내려온 악습(惡習)이었다.

의식 있는 많은 이들이 이런 문제점에 대해 우려를 표방하여 타파(打破)하려는 마음은 있었으나 워낙 그 규모와 범위가 방대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 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사정(司正) 기관인 검찰도 각종 정보를 수집해 부패의 온상(溫床)을 뿌리 채 뽑으려 했으나 너무 깊게 곪아 있었기에 쉽게 처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검은 커넥션(connection)'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하지 않는 한 교육비리가 척결되지 않는다는 의지로 취해져 학원야구를 아끼는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역시 지난 겨울 봉중근(애틀란타 브레이브즈)의 학부모는, 아들이 대학진학을 실패한 이유가 봉중근이 당초 약속과는 달리 고려대에 진학을 않고 미국 프로 야구단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라며 공갈과 협박을 일삼고 결국은 금품까지 갈취(喝取)한 어느 학부모를 고소했다.

이러한 해프닝은 실력이 뛰어난 한 두 선수와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묶어 한 대학에 보내는 풍토를 단면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事例)다. 이 과정에서 역시 해당 고교 감독도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걸로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벌이 우선시 되는 오늘날의 사회풍토에서는 대학진학이 필수다.여기에 돈은 있으나 실력은 뒤떨어지는 선수들은 학부모들이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대학으로 진학을 시키려 한다.

또한 항상 박봉(薄俸)으로 생활하는 아마야구 감독에게는 금전적인 유혹을 쉽게 떨쳐 버리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렇듯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져 비리가 저질러 지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 프로로 직행하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예전 보다는 줄어 들지 않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졸업 예정인 선수 모두가 좋은 성적을 거둬 스카우트 되지 않는 한 그 뿌리는 남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고 시절부터 야구를 취미 혹은 여가 생활로 삼지 않고 생계의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런 좋지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

너무 이상주의적인 발상(發想)인 지는 모르겠으나 학원 야구계를 순수 아마추어로 돌리는 운동부터 전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야구에 목메달지 않으며 또한 실력이 없는 선수는 처음부터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어 졸업할 때 야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학이나 직장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검은 커넥션은 발붙일 수 없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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