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찾아낸 행복한 사람 16인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벤처 기업의 대표들을 만나는 일은 즐겁습니다. 잘 나가는 대기업의 중견 간부직을 박차고, 도전이나 모험에 삶의 모든 것을 걸고 싶어하는 늙은 청춘이 있는가 하면,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직원들을 거느린 20대 초반의 처녀 사장도 있지요.

그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운 까닭은 그들의 화려한, 혹은 남다른 이력 때문이 아니라, 지금 그들이 살아가는 소탈한 모습 때문입니다. ‘사장님’을 만나기 위해 비서실을 통해 사장님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확인된 스케줄에 맞춰서 조바심을 내며 비서실을 거쳐 숨죽이며 가만 가만 ‘알현’해야만 하는 대기업의 사장님들과는 전혀 다른 무엇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지요.

물론 워낙 바쁜 일정의 벤처 기업 대표들을 만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찌 어찌 해서 그들을 만날 때면 전문인으로서의 자신감(결코 교만하지 않은)과 미래에 대한 생기 있는 도전의식이 그로부터 며칠 동안을 상쾌하게 해 줍니다.

'iWeekly'라는 IT 주간지에 업계 CEO 인터뷰 기사를 쓰면서 저도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지 않았어요. 그들을 만나는 일은 늘 평소와 다른 설렘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지금 그런 날과 비슷한 설렘으로 제가 들고 있는 책이 바로 ‘16인의 행복한 인터넷 리더를 만나다’라는 부제가 붙은 ‘아이 러브 인터넷’(변희재 지음, 새움 펴냄)이라는 책입니다.

“벤처기업 경영자 하면 으레 엔지니어를 떠올립니다. (중략) 제가 경영인 출신이긴 하지만 로커스를 운영하면서 이제는 기획회의를 주재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 노하우를 익혔습니다.”(이 책 85쪽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싸이더스(www.sidus.net)의 대표이사이며 로커스 사장인 김형순 님의 이야기이지요. 벤처 기업 대표들의 기본적인 미덕은 김형순 님처럼 현재의 자기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잠재된 자기 능력을 끊임없이 끄집어내는 삶의 자세라는 것입니다.

인하대 전자계산학과를 나오고 한진중공업 정보시스템에서 12년 동안 일했던 신찬식 님이 인터넷 광고 기업, 애드해피(www.addhappy.com)를 세우는 데 필요했던 것이 단순한 아이디어만은 아니었을 겁니다.(이 책의 65쪽-80쪽 참고) ‘개인 홈페이지 대상의 광고’라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발전시키기 위해 그는 인터넷에 널려 있는 작은 개인 홈페이지들을 누구보다 더 꼼꼼히 살펴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자신의 아이디어와 유사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의 기업들을 벤치마킹하고, 그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기 위해 그가 처음 만나야 했던 난관들은 이루 다 적기 힘들겠지요.

이 책에는 16명의 한국 인터넷 기업의 리더들이 나옵니다. 인터넷 신문 대자보(www.jabo.co.kr)의 편집장인 지은이가 선택한 16개의 인터넷 기업은 흔히 잘 알려진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아닙니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내가 선택한 16개 기업은 해단 분야에서 독특한 특색이 있는 기업”을 우선 택했다고 강조하는군요.

물론 ‘모교사랑’(www.iloveschool.co.kr)이나 ‘옥션’(www.auction.co.kr), ‘딴지일보’(www.ddanzi.com)같은 대형 사이트도 포함돼 있지만, 수익모델이 의심스러운 ‘이슈투데이’(www.issuetoday.com)나, ‘진보넷’(www.jinbo.net)같은 사이트도 있습니다. 모두가 다른 컨텐츠의 기업들이지만 지은이의 이야기대로 자기 분야에서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지은이 나름대로는 장기적으로 승산이 있는 사이트라는 비전도 첨가된 것 같아요.

인터넷 기업들의 거품이 활발하게 이야기되고, 또 그에 대한 걱정이 현실화하고 있는 살얼음판같은 시절입니다. 그러나 내용은 잘 모르면서 걱정만 하는 분들이 더 많지 않나 하는 점에 인터넷 기업에 몸담고 있는 분들의 불만이 있습니다. 단 16개 기업의 속사정을 들여다본다고 해서 수없이 많은 인터넷 기업들의 생리와 구조를 단박에 알아챌 수야 없겠지만, 이 책은 분명히 인터넷 기업의 가능성에 대해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을 조금은 바꾸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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