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작가가 딸에게 들려주는 삶 '성실한 여행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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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스톤·스네이크강 등 웅장한 미국의 자연이 교향악처럼, 때로는 수채화처럼 흐르는 논픽션 '성실한 여행자'는 오늘날 흔들리고 있는 부성애와 가족의 의미, 그리고 인생에 대한 명상의 글이다.

전작 '마지막 라운드'에서 암으로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의 골프 여행을 통해 부자간의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설득력있게 들려줬던 저자의 솜씨 때문에 더욱 눈길이 가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 제임스 도드슨은 이번엔 이혼을 앞두고 딸과 플라이 낚시(벌레 모양의 미끼를 던져 고기를 잡는 낚시)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절로 떠오르는 '성실한 여행자'는 일단 소설적 얼개를 취했다.

그러면서 인디언 전설과 미국의 역사 이야기, 또 플라톤에서부터 에머슨, 헤밍웨이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사람들의 글과 말을 효과적인 방식으로 곳곳에 묻어두고 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높아 밑줄을 그어가며 읽게 만든다.

내용은 이렇다. 동부 메인주에 사는 이 40대의 골프 작가는 일곱살이지만 14세처럼 행동하는 딸 매기, 그리고 결혼 전부터 길러온 늙은 개 아모스와 함께 6주간 미 전역의 플라이 낚시터들을 찾아간다.

"아빠는 기적을 믿어요?" "천당이라는 것이 정확히 뭐예요?" 등 호기심 많은 딸의 질문에 아버지는 쩔쩔매지만 대답은 의외로 엉뚱한 곳에서 구해지곤 한다.

어린 딸의 남자 친구를 걱정하는 장면,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휴가 중이라는 말에 "원하신다면 우리 아빠와 골프를 칠 수 있을 것" 이라는 메모를 전하려는 매기의 행동 등에선 잔잔한 유머가 느껴지는가 하면 "엄마와 절대로 이혼하지 않겠다고 저에게 맹세했잖아요" 라고 절규하는 딸과 그에 당황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가슴을 울린다.

특히 여행 말미에 딸에게 쓴 길고 긴 편지는 "항상 동생에게 잘 대해주고 절대로 때리지는 말아라" "번지 점프는 절대로 하지 말아라"로 시작, "네 인생에 대해 고마움을 가져라"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때로 너를 굉장한 두려움으로 몰고 갈 것이다. 뛰어라. 사랑하는 내 딸아. 너는 해낼 수 있을 거야" 라고 끝을 맺으며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이혼녀, 동성애 커플, 이탈리아인 대가족, 입양아 등 여행을 통해 부녀가 새로 마주치는 인물들과 저자의 낙천주의자였던 아버지, 플라이 낚시와 '송어 음악'에 대해 가르쳐줬던 전직 교수, 우울증에 걸린 친구 등 현재와 과거에 걸친 다양한 인간 군상들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강가에서 발견한 암사슴에 대한 감상, 커다란 송어가 발끝을 스치고 지나갈 때의 짜릿함 등 낚시광들을 매료시킬 만한 장면들도 많다.

◇ 사족〓원제 'Faithful Travelers' 를 '성실한 여행자' 로 직역한 것은 이 작품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도드슨이 딸에게 "네가 산타클로스나 이빨 요정을 믿지 않으면 그런 것들은 존재할 수가 없어. 믿음은 모든 걸 살아있게 해준단다"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보이듯 이 글은 아빠와 딸과 삶의 모든 것에 대한 '믿음' 에 관한 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정수 기자 (newsla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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