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별 달인들이 말하는 만점 노하우 ③ 외국어영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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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씨는 “친구들이 외국어영역 만점의 비결을 물어볼 때면 ‘어휘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다”며 “제시문을 읽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찾아보는 대신 추측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올해 경희대 Hospitality 경영학부에 입학한 박민희(20·서울 자양고 졸)씨는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외국어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다. 박씨는 그러나 “남들은 외국어영역이 쉬웠다고 평가했지만 저는 문제에 함정이 있지 않을까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쉽다고 느낀 순간 해이해질 지 모르는 자신을 경계하며 꼼꼼하게 문제를 풀어나간 것이 만점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대학 다니며 재수, 3등급→1등급 성적 껑충

 올해 입시는 그에게 두 번째 도전이었다. 2011학년도 수능에서 그는 외국어영역 3등급을 받았다. 내신형에 치중한 공부방식과 수능당일 컨디션조절 실패가 원인이었다. 박씨는 고교시절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을 목표로 내신준비에만 주력했다. 전교 1·2등을 다투는 내신성적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시전형만 준비했어요. 수능성적은 최저학력기준만 충족하면 될 거라 생각했었죠.” 별다른 준비없이도 2등급 내외를 유지했던 외국어영역의 모의고사 성적도 안이함을 부추겼다.

 하지만 고 3이 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교내에서 총 3명을 추천하는 서울대 수시전형에서 학교는 이과에 2명, 문과에 1명을 배분했다. 문과에서 2등의 성적을 낸 박씨는 추천을 받지 못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비로소 본격적인 수능형 공부를 시작했지만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출제가 연계되는 EBS교재만 한번씩 풀어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외국어영역 교재만 6권을 구입했다. 3월부터 수능 전까지 6권의 교재를 푸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한번 풀어보고 맞은 문제는 다시 살펴보지 않고 넘어갔다.

 수능 당일에는 컨디션조절에도 실패했다. “1교시 언어영역을 치르면서 너무 많은 실수를 했어요. 그 이후에 치른 영역별 고사에서도 언어영역 생각을 떨치지 못했죠.” 시험을 치르는 내내 재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달 뒤,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뚝 떨어진 성적표를 받았다. 부모님의 권유로 성적에 맞춰 갈 수 있는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원서를 제출해 합격한 뒤, 2011년 3월부터 대학을 다니며 다시 수능을 준비했다. 오전에 모든 수업이 끝나도록 시간표를 짠 뒤, 오후엔 수능공부를 시작했다.

어휘암기 주효…풀어본 지문 속 단어만 정리

 재수를 하면서 전과목에 대한 공부법을 고 3때와 달리했다. 기출모의고사 문제집을 구입해 실제 수능 시간에 맞춰 1회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익숙해지도록 연습했다. 교재를 많이봐야 한다는 욕심도 버렸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EBS교재(수능특강·수능완성·고득점 330제)를 3권만 구입했다. 전 교재를 다 보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고 봤던 교재를 확실히 내것으로 만드는데 주력했다. “각 교재를 5번 이상 봤어요. 밑줄 그은 문장에 또 형광펜을 긋고 책을 다섯 번 정도 복습하니 주요 단어만 봐도 무슨 지문인지 기억이 날 정도가 돼더라구요.” 대학의 1학기가 끝난 뒤엔 재수학원도 등록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목표에 따른 공부시간도 정확히 분배했다. 일주일을 3등분해 모의고사와 EBS교재, 어휘와 듣기평가를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월·화·수는 모의고사 1회분을 풀고 완벽하게 분석했다. 월요일에 70분동안 외국어영역 모의고사를 풀고 나면 화요일엔 채점을 한 뒤 해설을 참조하게 꼼꼼하게 피드백했다. 수요일엔 모의고사에 등장했던 주요 어휘를 암기하고 해석이 어려웠던 문장에 등장하는 구문과 문법을 정리했다. 목·금은 EBS교재에 몰입했다.

 목요일에 2시간 가량 EBS교재의 문제를 혼자 풀고 채점을 한 뒤 금요일엔 동일한 부분의 EBS인강을 들으며 다시 복습했다. “혼자서 미리 문제를 풀고 난 뒤라 강의하는 선생님의 설명 중 중요한 부분을 더 쉽게 체크할 수 있었어요. 강의 중에 등장하는 심화문제도 덤으로 풀어볼 수 있었고요.” 토요일엔 새로운 모의고사의 1회분을 풀고 채점을 마친 다음 일요일에 해설 참조 피드백과 어휘·문법정리까지 모두 마쳤다.

 어휘 암기는 등하굣길의 1시간을 활용했다. 따로 시간을 내서 하기보다 문제를 다 풀고 피드백할 때 형광펜으로 모르는 단어를 표시해뒀다. 이러한 단어들을 수첩에 정리해두고 이동할 때나 공부하기는 애매한 짜투리 시간에 틈틈이 익혔다. 교재에 등장하는 처음 보는 단어와 전문 용어도 눈에 익을 때까지 여러 번보며 감을 쌓았다. EBS라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 시험문제가 나온다면 단어와 숙어의 난이도가 높아질거라 판단했다.

 어휘는 반드시 이미 풀어본 지문에 있는 단어만 정리했다. 단어를 미리 찾아서 공부한 뒤엔 제시문을 푸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다. “단어뜻을 다 알면 해석이 수월해져 문제도 쉬워져요. 그게 자기 실력인 줄 착각하게 돼죠. 그런데 막상 실전에서는 단어의 뜻을 찾아볼 수가 없으니까 연습과 실전의 점수에 괴리가 생기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혼자 공부할 때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최대한 앞뒤 문맥을 사용해 추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단어의 뜻을 몰라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력을 기르는 데 목표를 뒀다. 듣기공부는 매일 아침 공부를 시작하기 전 20분씩 시간을 제한해 문제를 풀었다.

 박씨는 “외국어영역은 모의고사를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풀고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성적이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어휘암기”라며 “수능 직전에도 새로운 문제를 풀기보다 다아는 지문이라도 다시한번 등장하는 어휘를 점검하고 답이 기억날 때까지 반복해 확인하는 방식이 유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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