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투표, 유망한 사업 아이템일까?

중앙일보

입력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투표를 하는 인터넷 투표가 완전히 가능하려면 아직도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 수천 명의 사람들은 인터넷 투표를 하게 될 것이다.

켄 런다이는 올해 평범한 셔츠와 황갈색 카고 바지를 입고 투표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다음 번엔 파자마차림으로 투표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런다이는 캘리포니아 산 마테오 지역 투표소에 공급된 새로운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실험해보는 1000명 속에 포함됐다.

지금 당장은 그 결과가 구속력이 없지만 투표자들은 공식적인 투표뿐 아니라 온라인 투표를 위해 자신의 투표소로 향해야 한다. 런다이는 자신이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선거 관계자들이 조속히 방법을 마련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지역 항만청장으로 일하고 있는 런다이는 "나는 스스로를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온라인 투표는 너무 쉬웠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1년 내에 온라인 투표 가능하다

몇몇 기업들은 향후 선거를 위한 당국의 인가를 받기 위해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가정에서 투표하게 될 ''전자투표''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여러 해가 걸릴 것이다. 보안에 대한 우려와 컴퓨터가 없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없다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투표소에서 일종의 전자투표를 하는 것은 1년 내에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 방법, 누구나 하기에는 역부족

일렉션 시스템 앤 소프트웨어(Election Systems & Software)사가 설계한 산 마테오 지역의 투표 시스템은 컴퓨터에 능숙한 투표자가 비교적 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투표자들은 선거 관리인들의 확인을 받은 후 무작위 코드를 얻어 카운티가 제공한 도시바 랩탑에 로그인할 수 있었다.

로그인한 후 투표자들은 화면 왼쪽에서 다양한 선거전이 열거돼 있는 상설 박스를 볼 수 있다. 그 다음엔 명단에서 바로 선택하든지, 아니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전체 투표과정을 따라 하면 된다.

투표자들이 선거전 종류를 선택하고 나면, 화면 오른쪽에 있는 박스에 선택 명단 대부분이 표시된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전체 명단을 보기 위해서는 화면을 아래쪽으로 이동시켜야 하는데 모든 투표자들이 이 방법을 알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전을 클릭하면, 앨 고어, 조지 부시, 랄프 네이더 등 주요 후보자 명단이 제시된다. 그러나 투표자가 기타 정당에 소속된 후보자들을 보기 위해서는 마우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 시스템은 기술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던져줬다.

한 노인은 몸을 구부리고 컴퓨터를 살펴봤지만, 혼자 힘으로 투표를 하기에는 마우스에 그다지 익숙하지 못했다. 한 선거 관계자는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그에게 투표 과정을 일일이 안내해줘야 했다.

작동 중지된 경우, 대안은 있나?

익명을 요구한 다른 지역 직원은 자신은 온라인 투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몇 년 전 사람들의 시스템 사용범람이 인근 마을의 투표 계산 시스템을 망가뜨렸을 때 투표 결과를 손으로 작성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뭔가 잘못됐을 경우, 대책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녀는 표가 사이버 공간에서 사라지거나, 시스템이 고장나지 않을까 우려했다. 온라인 투표 지지자들은 이런저전 우려들을 다뤄보려고 애쓰고 있다.

샌디애고와 사크라멘토 지역에서 비슷한 실험을 수행한 보트히어닷넷(Votehere.net)의 짐 애들러 사장은 이 시스템이 패스워드와 수많은 신원 확인 수단을 요구함으로써 최소한 부재자 투표 과정만큼의 보안 상태는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시스템이 투표자들을 위해 투표 과정을 단순화시킬 뿐 아니라 그토록 많은 투표 용지를 인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각 지역이 돈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들러는 그런 광고에 부합하지 못했던 게 그간의 현실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투표소 컴퓨터 스테이션을 통한 투표로부터 가정이나 일터의 인터넷을 통한 투표로 점차 발전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년 내에 자사 제품이 40개 주의 선거 관계자들에 의해 인증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온라인 투표 회사 일렉션닷컴(Election.com)은 애리조나 민주당 예비선거, 민주당 전당대회, ICANN 위원선거를 통해 자사 시스템을 과시해왔다.

사람들이 투표소로 가야하는 이번 실험 케이스와는 달리, ICANN과 예비 선거전에서는 사람들이 가정에서 투표하는 것이 허용됐다.

일렉션닷컴 부사장인 빌 테일러는 "우리는 시간 있을 때 투표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우리가 그동안 수행해온 일은 원격지에서 온라인으로 투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한 투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애리조나 투표를 근본에서부터 문제삼아왔다. 컴퓨터 보유자들에게만 투표하는 것을 쉽게 만들어줌으로써 일부 사람들을 차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소송이 여전히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테일러는 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이 경쟁자 없이 출마했던 1996년의 예비 선거에 비해 라틴 아메리카계 미국인과 본토 미국인들의 참여자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런 주장들을 반박했다.

보완책 마련하려는 것 뿐

또한 지지자들은 전자투표를 뒷받침하는 생각은 기존의 투표 방식을 보완하자는 것이지,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투표가 총선에서의 투표 참가율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하이테크에 단련된 그룹이며 극히 낮은 투표 참가율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 젊은 층의 투표자들 사이에서 말이다.

하지만 온라인 투표가 대대적인 방식으로 시작될 경우 선거 관계자들은 해커들이 침입해서 투표를 조작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전자투표 방식을 높이 샀던 런다이조차도 몇 가지 조건을 붙였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터미널에 가서 내 코드를 입력시켰는데 ''죄송합니다. 당신은 이미 투표하셨습니다''라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은 딱 질색이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