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 총리, 농촌 모든 가장에게 연 100일 일자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펼쳐온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정책’엔 따스한 체온이 배어 있다.

 기발하면서도 다양한 정책들이 벼랑으로 내몰린 경제적 약자들을 위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마하트마 간디 전국지방 고용보장법’이다. 시골의 모든 실질적 가장에게 최소 연간 100일간의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법이다. 농촌에선 파종기나 추수 때 일이 몰리기 마련이다. 반면 농한기에는 일거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인도의 농민들이 고질적인 계절적 실업에 시달려온 이유다.

 싱 총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 고용보장법을 도입했다. 농사든 가축 사육이든 근로 일수가 100일이 안 되는 시골 가정의 최소 1명에게 모자라는 기간 만큼 공공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지방 정부는 농한기가 되면 방조제 보수나 도로 건설 등 지역 형편에 맞는 공공사업을 벌이도록 돼 있다. 여기에 일거리가 없는 이들을 투입하는 만큼 인프라 확충과 일자리 창출이 함께 이뤄지는 셈이다.

 고용보장법에 대한 인도인들의 호응은 뜨겁다. 2009년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국민회의당이 승리한 것은 이 법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싱 정부는 서민을 위해 기업들을 압박하기도 한다. 최근 대기업들에 전체 매출액의 2% 이상을 사회사업에 쓰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 매출액 대비 2% 규정은 강제가 아닌 권고조항으로 돼 있다. “강제로 사회사업에 돈을 사용하게 하느니 차라리 세금을 올리는 게 낫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싱 정부는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사유서를 제출토록 할 방침이다. 기업의 돈이 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델리=남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