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세종시 출마하라” 한명숙의 압박 숨은 뜻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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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대표(左), 이해찬 전 총리(右)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19일 전국 64개 선거구에서 야권단일 후보를 뽑기 위한 여론조사 경선 결과를 발표한다. 전체 246개 지역구 가운데 신설될 세종시, 임종석 전 사무총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 성동을, 강남벨트의 남은 한 곳인 서울 강남갑, 한국노총 출신인사 배려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전주 완산갑 등 17곳만 빼놓고 229개 지역구 공천이 이날 완료된다.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맞붙은 서울 관악을을 비롯해 은평을(민주당 고연호·진보당 천호선), 도봉갑(민주당 인재근·진보당 이백만), 노원병(민주당 이동섭·진보당 노회찬), 경기 고양 덕양갑(민주당 박준·진보당 심상정) 등이 접전지역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한명숙 대표가 아직 ‘미제’로 남은 지역 4곳에 ‘히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 대표는 16일 이해찬 전 총리와 단둘이 비공개 회동을 했다.

 당 지도부 회의에서 이 전 총리를 세종시 국회의원 후보로 추대키로 했다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임종석 전 사무총장 사퇴 문제를 놓고 양측이 충돌을 빚은 이후 첫 회동이다. 양측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회동 분위기는 서먹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당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이 전 총리가 출마해야 꼭 이길 수 있다”고 설득했다. 이 전 총리 고향인 충남 청양이 세종시와 인접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제 입장을 아시지 않느냐”며 불출마 의사를 꺾지 않았다. “5선 의원에 총리까지 지낸 마당에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당 안팎에선 이 전 총리의 불출마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 대표가 이를 거론한 데는 ‘숨은 뜻’이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주도한 ‘임종석 사퇴 파동’ 과정에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한 대표가 받아치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세종시 출마를 끝까지 거부하면 ‘상왕(上王)으로서 권한만 행사하려 하고 책임은 지려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처할 수 있다”며 “상당히 난처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카드는 본인이 지역구에 직접 출마하는 것이다.

 한 대표 측근은 “당 대표로서 보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비례대표 출마를 포기하고 지역구 출마도 검토 중”이라며 “임 전 총장의 공천 반납으로 후보가 없는 서울 성동을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곳이 민주당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지역 중 하나라 결론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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